혼자 또는 같이…현대미술 흐름 즐기려는 관람객들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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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또는 같이…현대미술 흐름 즐기려는 관람객들 발길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첫 주말 풍경
‘판소리, 모두의 울림’ 3개 섹션
31개 파빌리온 관람객 맞이 한창
‘소리숲’ 양림동 일대 전시도 인기
관람후 광주문화 즐기는 외국인도
2024년 09월 08일(일) 21:10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후 첫 주말인 7일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에는 다양한 연령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아 세계적인 미술축제를 즐겼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7일 개막과 함께 첫 주말을 맞았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본전시가 열리는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에는 다양한 현대미술을 즐기려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현대미술의 흐름과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개막 첫날인데다 첫 주말인 터라 전시장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 친구들과 전시장을 찾은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한 관람을 마친 외국인 관람객들은 광장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광주의 문화를 즐겼다. 작품 해설이 담긴 오디오 가이드를 스마트폰에 내려 받아 나홀로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주제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전환의 시대를 맞은 동시대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소리를 통해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담론을 확장하려는 의도다. 환경 파괴를 비롯해 기후 변화, 거주 위기 등에 봉착한 지구의 공간을 어떻게 조직해야 하며, 지속 가능한 정착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한다. 한편으로 관객들에게는 감독과 작가들이 던지는 공간에 대한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

니콜라 부리오 감독에 따르면 전시 제목은 한국 전통음악 장르인 ‘판소리’에 착안해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마당을 초점화한 것이다. 창자와 고수 등이 판소리마당을 매개로 각각의 존재들인 관객과 자연, 환경 등을 주체로 불러냈다.

비엔날레 전시관은 모두 5개 전시실을 3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먼저 제1, 제2전시실의 주제는 ‘부딪침 소리’. 피드백 효과를 다룬 곳으로 모든 것이 인접하고 전염되는 공간을 상정한다. 사람 간, 종간 관계가 고밀화되는 상황에서 밀도 높은 공간을 음성 이미지로 보여주려는 의도다.

비엔날레 전시관 모습.
관객들은 벨기에 출신 작가 피터 부겐후트의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작품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제목은 티터르 브뤼헐 더 아우더의 작품에서 차용했다. 부뤼헐의 작품이 잘못된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반해 부겐후트의 조각은 존재의 복잡성과 모호성을 부각한다. 작품은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사회는 노화와 쇠락 그리고 생성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

비디오와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중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해온 에디오피아 출신 웬디메겐 베레테의 작품은 인상적이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3000여 명이 넘는 에디오피아 열사들의 초상화를 만든 비디오 설치 콜라주다. 1935년~1941년 일어난 식민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는 다중성은 어떻게 공간성을 지니는지 묻는다. 아마도 물음은 역사를 이해하는 메타포로 수렴될 것 같다.

제3 전시실은 ‘겹침소리’를 주제로 구현됐다.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주인공이다.

프랭크 스컬티의 ‘광주기억’ 앞에서도 관람객들이 발길이 머문다. 설치물은 광주 곳곳의 쓰레기통에서 채집한 곰팡이를 뒤집어 쓴 석고 버섯으로 구성된다. 조각은 광주쓰레기매립장의 폐기물을 압축해 만든 받침대 위에 놓여 있다. 멀리서 보면 철모를 연상시키는 작품은 쓰레기 변환 문제에 대한 의도를 투영했다. 벽면의 사운드 구성물은 버섯이 자라나는 특유의 환경을 환기하는 데 재활용을 넘어 유기적이며 혼종적인 환경을 이야기한다.

권혜원의 ‘포털의 동굴’은 음향 탐사 도구를 활용해 용암 동굴을 관찰하고 기록한 작품이다. 작가는 동굴 안의 모든 존재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동굴을 지도화한다. 신비로우면서도 이색적인 음향 장치는 제주 전통 무속과 맞물려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처음 소리’로 명명된 제4, 5전시실은 비인간적 세계와 이산화탄소, 바이러스 등이 역사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색한다. 포화상태에서 작가들은 세계의 기원을 비롯해 우주 창조로 시야를 넓히자는 의도다.

비앙카 봉지의 ‘길고 어두운 헤엄’은 시적이면서도 이색적인 공간으로 관객을 유도해 목적지를 찾아가게 하는 작품이다. 햐얀 소금 사막을 가로 질러 땅 속 검은 구멍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여정이 펼쳐진다. 끝이 없는 듯한 아득한 구멍은 검은 액체로 둘러싸여 있고 안에서 식물이 자란다. 작가의 의도는 관객들을 수동적인 상황에 빠뜨리면서도 초감각적인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한국 작가 최하늘, 이예인, 전혜주 작가 등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또한 용봉동 본 전시관 외에 ‘소리숲’을 모티브로 양림동에서 펼쳐지는 전시에도 관람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또한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31개 파빌리온에도 관람객 맞이가 한창이었다. 아세안 파빌리온의 ACC,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의 이강하 미술관, 캐나다 파빌리온의 양림미술관, 뉴질랜드 파빌리온의 수하갤러리에도 방문객이 잇따랐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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