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 부르는 데이트 폭력] ‘사랑’이란 가면 뒤 폭행·가스라이팅…‘악마’가 된 남친
<상>유명BJ에 피해 본 여성
팬으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
동거 시작하며 폭언·폭력 시달려
우울증 생겨 자해·극단선택 시도
피해자는 두려움에 신고도 못해
광주·전남 지난해만 4000건 발생
팬으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
동거 시작하며 폭언·폭력 시달려
우울증 생겨 자해·극단선택 시도
피해자는 두려움에 신고도 못해
광주·전남 지난해만 4000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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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제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는 것 같았거든요.”
광주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광주일보 취재진과 만난 이모(여·30)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던 일을 털어놨다.
이씨가 지목한 가해자는 인터넷 방송BJ이자 전 프로게이머 A(31)씨. 이씨는 A씨로부터 3년여 동안 폭언과 폭행,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면서도 ‘교제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는 우울증 때문에 자해와 극단 선택까지 시도했지만, A씨와 관계를 끊거나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처럼 광주·전남에서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교제폭력을 당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23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2019~2023)간 112에 접수된 교제폭력 관련 신고는 2019년 1173건에서 2020년 989건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2021년 1132건, 2022년 1982건, 2023년 2254건으로 증가 추세다.
전남도 2019년 1002건, 2020년 1161건, 2021년 1271건, 2022년 1803건, 2023년 1750건의 교제폭력 관련 신고가 꾸준히 증가했다. 광주·전남에서 매년 하루 8건 가량의 교제폭력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광주에서 올해 5월까지 접수된 교제폭력 신고는 1055건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친밀한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큰 만큼 ‘암수범죄’(발생했지만 검거·적발되지 않은 범죄)가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씨를 통해 교제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들어봤다. 광주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이씨의 사례를 전형적인 교제폭력 패턴으로 꼽았다.
평소 게임 방송을 즐겨보던 이씨는 지난 2021년 인터넷방송 BJ이자 전프로게이머인 A씨의 팬이 됐다. 인터넷 방송 채팅으로 연락하다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광주에 살던 이씨는 경기도에 사는 A씨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2022년 충남 아산시로 이사까지 했고 곧 동거를 시작했다.
이 때부터 교제폭력이 시작됐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A씨가 다툴 때마다 폭언과 욕설을 내뱉었다고 했다.
초반에는 말다툼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다툼이 더욱 잦아지면서 A씨가 몸을 세게 밀치거나 뺨을 때리는 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7월에는 응급실에 가야할 정도로 폭행의 수위가 강해졌다고 한다. 폭행 수위는 점점 높아져 목을 조르고 넘어진 이씨의 몸을 발로 차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갈비뼈가 아파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것보다 제가 쓰러져있는데도 계속 게임을 이어가던 A씨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씨는 A씨와 헤어지거나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선 폭력의 수위가 3년여간 아주 천천히 올랐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폭행에 길들여졌다.
이씨는 또 가스라이팅을 한 이유로 꼽았다. 이씨는 “당시에는 제가 잘못했기 때문에 A씨가 때린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A씨가 폭행 후 곧바로 사과하며 잘해주고 내가 용서를 반복했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임신 중절까지 겪었다. A씨와 관계를 청산 한건 지난해 11월 말께였다.
A씨가 동거하던 집에서 떠나자 고향인 광주로 돌아온 이씨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거듭했다.
이씨의 부모는 경기도 가평경찰에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씨에 대한 폭행사실을 묻자 A씨는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것을 말리려다 멍이 생겼을 뿐 때린 적 없다”며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차경희 광주여성인권상담소장은 “교제폭력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직업, 생활패턴 등 신상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며 “교제폭력의 경우 상대를 길들이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질 수밖에 없다. 범죄를 예방하고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적, 제도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교제폭력’이란
교제폭력은 남녀가 교제하고 있는 과정에서 둘 중 한 명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으로 상대방에 대한 권력적 통제 우위를 유지할 때도 교제폭력에 해당한다. 교제폭력은 성폭행, 성희롱, 협박, 욕설, 물리적 폭력, 갈취, 명예훼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데이트폭력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지만, ‘데이트’라는 단어가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한다는 우려 때문에 지난해부터 수사기관과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교제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광주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광주일보 취재진과 만난 이모(여·30)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던 일을 털어놨다.
이씨가 지목한 가해자는 인터넷 방송BJ이자 전 프로게이머 A(31)씨. 이씨는 A씨로부터 3년여 동안 폭언과 폭행,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면서도 ‘교제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처럼 광주·전남에서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교제폭력을 당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23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2019~2023)간 112에 접수된 교제폭력 관련 신고는 2019년 1173건에서 2020년 989건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2021년 1132건, 2022년 1982건, 2023년 2254건으로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친밀한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큰 만큼 ‘암수범죄’(발생했지만 검거·적발되지 않은 범죄)가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씨를 통해 교제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들어봤다. 광주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이씨의 사례를 전형적인 교제폭력 패턴으로 꼽았다.
평소 게임 방송을 즐겨보던 이씨는 지난 2021년 인터넷방송 BJ이자 전프로게이머인 A씨의 팬이 됐다. 인터넷 방송 채팅으로 연락하다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광주에 살던 이씨는 경기도에 사는 A씨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2022년 충남 아산시로 이사까지 했고 곧 동거를 시작했다.
이 때부터 교제폭력이 시작됐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A씨가 다툴 때마다 폭언과 욕설을 내뱉었다고 했다.
초반에는 말다툼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다툼이 더욱 잦아지면서 A씨가 몸을 세게 밀치거나 뺨을 때리는 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7월에는 응급실에 가야할 정도로 폭행의 수위가 강해졌다고 한다. 폭행 수위는 점점 높아져 목을 조르고 넘어진 이씨의 몸을 발로 차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갈비뼈가 아파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것보다 제가 쓰러져있는데도 계속 게임을 이어가던 A씨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씨는 A씨와 헤어지거나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선 폭력의 수위가 3년여간 아주 천천히 올랐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폭행에 길들여졌다.
이씨는 또 가스라이팅을 한 이유로 꼽았다. 이씨는 “당시에는 제가 잘못했기 때문에 A씨가 때린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A씨가 폭행 후 곧바로 사과하며 잘해주고 내가 용서를 반복했다”고 설명한다. 이씨는 임신 중절까지 겪었다. A씨와 관계를 청산 한건 지난해 11월 말께였다.
A씨가 동거하던 집에서 떠나자 고향인 광주로 돌아온 이씨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거듭했다.
이씨의 부모는 경기도 가평경찰에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씨에 대한 폭행사실을 묻자 A씨는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것을 말리려다 멍이 생겼을 뿐 때린 적 없다”며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차경희 광주여성인권상담소장은 “교제폭력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직업, 생활패턴 등 신상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며 “교제폭력의 경우 상대를 길들이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질 수밖에 없다. 범죄를 예방하고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적, 제도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교제폭력’이란
교제폭력은 남녀가 교제하고 있는 과정에서 둘 중 한 명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으로 상대방에 대한 권력적 통제 우위를 유지할 때도 교제폭력에 해당한다. 교제폭력은 성폭행, 성희롱, 협박, 욕설, 물리적 폭력, 갈취, 명예훼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데이트폭력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지만, ‘데이트’라는 단어가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한다는 우려 때문에 지난해부터 수사기관과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교제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