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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傷心) 증후군 - 김종철 한국건강관리협회 영상의학과 전문의
2024년 05월 29일(수) 22:00
병원이나 검진센터에서 건강 검진을 받다가 질병이 발견되면 대다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염려·걱정·불안·상심에 빠지곤 한다. 이들을 잘 다독거릴 의무가 검진 의사들에게 있다.

스트레스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도 없다. 과거에 실수가 있었던 상황이 반복되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는 환경 변화나 외부 자극으로 인한 개인의 반응을 일컫는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해 호르몬, 면역,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가 만성적인 상태가 되면 불안과 공포·초조를 넘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기도 한다.

사람은 괴롭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반대로 너무 기쁘고 황홀하고 행복해도, 마음과 몸을 상할 수 있다. 불행도 행복도 너무 과하거나 넘치면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상심(傷心) 증후군 혹은 상실(喪失) 심장 증후군’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분에 넘쳐 지나친 불행이나 행복 모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심 증후군’은 타코츠보(たこつぼ) 증후군 또는 타코츠보 심근증(心筋症)·심근병증(心筋病症), 스트레스성 혹은 스트레스 유발성 심근병증, 심첨부(心尖部) 확대 증후군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타코츠보 심근증은 일본에서 처음 발견돼 명명됐다.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특징적인 소견, 즉 좌심실이 수축돼 좌심실 위쪽이 부풀어 오른 좌심실 심첨부 확대 소견이 마치 문어(文魚) 잡이 항아리인 타코츠보(たこつぼ)와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상심 증후군은 일본 등에서 수십 년 동안 연구됐으나, 2005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연구 결과가 발표돼서야 비로소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타코츠보 심근증은 여성, 특히 50세 이후와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타코츠보 증후군은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완전 또는 부분적인 마비에 의한 무(無)운동(akinesia)을 비롯한 좌심실 심첨부 벽의 비정상 소견을 보이는 심근병증으로, 일반적으로는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병증으로도 일컫는다. 증상 및 검사 소견이 급성 심근 경색증과 유사하기 때문에 관상동맥 조영술로 관상동맥에 뚜렷한 이상 병변이 없음을 확인하기 전에는 양자의 감별이 어렵다. 타코츠보 증후군으로 인한 병원내 사망률은 10% 미만이고 적절한 치료를 할 경우 완전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심근 경색증 등과의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타코츠보 증후군 환자에서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 호흡곤란, 메스꺼움·오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인 흉통은 흉부 외상 환자의 증상과 유사하므로 타코츠보 증후군 진단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간과될 수 있다. 따라서 흉부 외상 환자에서 급성 좌심실 기능 장애가 나타났을 때 타코츠보 증후군은 감별 진단에 포함돼야 한다. 타코츠보 증후군은 심근병증,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근염, 천식 급성 심근경색증, 오래된 심근경색증, 불안정형 협심증, 협심증과 관련이 있기도 하다.

타코츠보 심근증의 치료는 수액을 주입하고 안정을 취하게 해 자연스럽게 회복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부분 4주 이내에 회복할 정도로 임상 경과가 비교적 양호하다. 하지만 쇼크에 이를 정도로 증세가 매우 심한 경우에는 대동맥 내 풍선 펌프를 삽입해 심근 및 좌심실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심장 수축을 막는 약물을 투약할 수 있으나 그 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원인이 정신적 스트레스라면 상담 치료를 통해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 타코츠보 증후군은 급성 심근경색과 유사한 일과성 좌심실 기능장애가 나타나지만, 이와는 달리 타코츠보 증후군 환자의 약 95%가 4∼8주 이내에 완전히 회복하기 때문에 대증적 치료 외에 특정한 치료 지침은 없다. 초기 발병 이후 4년 이내에 재발할 확률이 11%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에 노출돼 걱정, 상심하는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잘 위로 격려하고 다독거리는 것이 검진 의사들의 사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