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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예술제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5월 16일(목) 00:00
계단을 내려오는 소녀는 울고 있었다. “너무 잘했어. 괜찮아.” 어깨를 다독이는 엄마의 말에 소녀는 설움이 더 복받치는 듯 했다. 걸음을 옮기자 이번에는 들뜬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너 정말 잘했어. 금상 받을 것 같애.” 친구의 말에 당사자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첫 장면에서는 안타까웠다가, 두 번째 장면에서는 기분이 좋아 같이 웃었다.

얼마 전 제69회 호남예술제 경연장에서 만난 풍경이다. 호남신학대에서 열린 이날 경연은 피아노 부문으로 참가자들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9번’ 등 지정곡 3곡 가운데 한 곡을 연주했다. 호남예술제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이 피아노다. 이날 경연은 중등부.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경연에 참여하고, 고등부는 전공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중학생들은 취미로 할 것인지, 피아노를 계속 할 것인지 갈림길에 선 경우가 많아 본인이나 가족이나 더 긴장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객석에 앉기 전 살짝 무대 옆 대기실을 들여다봤다. 순번을 기다리며 나란히 앉은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연습을 하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객석에 앉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객석 정중앙 좌석은 마치 카메라 기자의 자리 같았다. 자신의 아이가 등장하면 부모들은 휴대폰으로 연주 모습을 촬영한 후 그 다음 사람에게 바로 자리를 내주곤 했다.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임윤찬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다 싶었다. 인터넷에서 앳된 두 사람의 중학교 시절 연주 모습을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골프에 ‘박세리 키즈’가 있었던 것처럼 조성진과 임윤찬을 보며 멋진 아티스트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음악, 무용, 미술 등 각 분야에서 예술 꿈나무들을 발굴해 온 호남예술제가 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다. 1956년 대회가 열린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온 역사다.

이날 경연장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그들의 꿈을 응원한다. 더불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노래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는 것도 잊지 않아야겠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