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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을 복합위기 극복의 원년으로 삼자 - 이도흠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24년 01월 09일(화) 00:00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모든 이들이 소망을 빌지만 여느 해보다 마음이 어둡다. 윤석열 정권을 맞아 모든 분야에서 역주행이 한참이고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들은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다. 수많은 난민들과 빈민이 세계 곳곳에서 굶어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얼어 죽고 있다.

눈앞의 현상만이 아니라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외신은 올해 76개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지지만 평화와 평등을 추구하는 정치인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득세하고 자연재난도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것이 올해만의 풍경이 아닐 듯하여 더욱 걱정이 크다. 지구촌 사회가 인류세(Anthropocene), 혹은 자본세(Capitalocene)를 맞아 자본주의 축적의 위기와 불평등의 극대화,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과 AI로 인한 노동과 정체성의 위기, 패권의 변화와 전쟁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 위기, 간헐적 팬데믹의 위기 등 6대 복합위기(poly-crisis)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1860년대에 46%에 이르던 평균이윤율은 10% 이하로 떨어졌고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에 접어들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자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하였고, 이는 경제만이 아니라 노동, 보건과 건강, 교육, 젠더의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대략 38%에 이르는 생명이 멸종위기에 이르렀고, 역대급의 폭염, 혹한, 가뭄, 폭우, 폭설, 산불,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이 생명을 조작하고 창조하는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지위에 올랐고, 로봇과 AI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서 노동운동을 무력화하고 인류문명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2023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에 1만개 일자리 당 로봇 밀도가 1000곳이다. 여러 해째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자본주의 축적 위기의 토대에서 패권이 변화하면서 결국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도 전쟁의 파고가 높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서 7억여 명을 감염시키고 696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럼에도 자본과 언론의 유착, 확증편향, 반향실효과, 가짜뉴스로 공론장이 거의 붕괴된 바람에 민주주의는 올바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안을 모색하기는커녕 복합위기를 심화하는 이들이 권력을 잡는 것이 더 늘고 있다.

위기로 인한 파멸이 먼 미래가 아니기에 더욱 절박하다. 기후위기 한 가지만 하더라도 현재 지구 대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4ppm에 달하는데 파국인 450ppm에 달하는 시점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원인을 찾아 지금 당장 처방하지 않으면 우리 자식들의 미래는 깜깜하다. 복합위기의 원인은 산업화, 도시화, 인구, 인간 중심주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과학기술의 도구화, 물신주의,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인데 근본은 자본주의 체제와 세계체제다.

더 늦기 전에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대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하버마스의 말대로, “유토피아의 오아시스가 말라 버리면 진부함과 무력함의 사막이 펼쳐진다.” 이제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와 세계 체제를 향한 상상과 실천이 필요하다. 로봇과 AI, 바다와 숲, 토지, 에너지 등의 사회적 공유와 시민사회의 통제 없이는 어떤 대안도 미봉책에 그친다. 자본주의 체제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 바이오 연료 보조금, 환경세 등 그 어떤 혁신적인 대안들도 이윤 추구 원리에 종속시켜 한낱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결국 무력화하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다가오는 시대는 GDP나 무역량보다 생명의 다양성과 국민의 행복지수를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한다. 개인 또한 타자와 생명을 위하여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에서 더 행복감을 느끼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전환하자. 그렇게 갑진년을 복합위기 극복의 원년으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