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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인간, ‘호모 프롬프트’의 등장 - 송기동 예향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12월 27일(수) 00:00
“요약하면 질문은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상호 작용, 지식 전달, 문제 해결, 윤리적인 가이드라인 설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Chat)GPT에게 ‘인공지능(AI)과 컴퓨터를 다루는 인간에게 왜 질문이 중요한가?’를 물었다. 그러자 챗GPT는 ‘지식확장과 학습’과 ‘문제해결과 결정지원’ 등 다섯 가지를 들며 이렇게 답했다.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시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비롯한 11명의 저자들은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창)에서 새해 한국의 소비 풍경을 이끌 10대 키워드를 제시한다. 그중에서 유독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가 눈에 띈다. 아마도 2022년 11월 첫 등장한 챗GPT가 촉발시킨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와 밀접한 신조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 교수는 “프롬프트는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이라며 “(호모 프롬프트는) 자신만이 보유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각종 AI와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처럼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AI는 프롬프트 만큼만 똑똑해질 수 있다”라는 말을 거론하며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인간’이 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사용자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생성형 AI는 다른 대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능력을 ‘메타 인지’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찰하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결국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인간만이,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결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챗GPT와 사랑, 정의, 신(神), 죽음, 인류의 미래 등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해 펴낸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에필로그에서 ‘올바르게 질문하고 그중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답을 생성하는 챗GPT. 기계가 알맞은 정보를 생성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질문하고 그중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이야말로, 결국 미래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될지도 모른다.”

전국 국어교사모임 연수국 교사 6명이 펴낸 ‘챗GPT 국어수업’(서해문집)에서도 질문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챗GPT를 수업에 활용한 한 교사는 “이 도구의 효용은 ‘챗GPT에게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달려 있다”면서 “챗GPT 등장으로 이전과는 다른 (배움의) 근육들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 힘과 근육을 길러주는 것, 이것이 국어수업이 가야할 방향이 아닐까”라고 밝힌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오던 글쓰기와 그림, 작곡 등 창작과 예술의 영역까지 침투했다. 실례로 2022년 8월, 생성형 AI가 그린 작품 ‘우주 오페라극장’이 미국 콜로라도 주 주립박람회 미술대회(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용자는 무려 900여 개의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직접 무료 이미지 생성 AI인 ‘뤼튼(Wrtn) 4.0’에 “스키를 타는 로봇을 그려달라”고 텍스트를 입력하자 몇 초후 그럴싸한 4장의 그림이 완성됐다.



정교한 질문은 인문학에서 나와



챗GPT가 등장한지 1년 여가 지난 현재, ‘생성형 AI’는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자칫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가능성도 커졌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지난 2005년 펴낸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0년 중반에야 달성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3년 이내’(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서 ‘5년 내’(젠슨 황 엔비디아 CEO)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영역을 넘보는 인공지능과 다른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생성형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러 전문가들이 첫 손에 꼽는 것은 ‘질문’이다. 더욱이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인간의 ‘프롬프트’(명령어)가 중요하다면 교육현장에서 정교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질문의 원동력은 인문학의 바탕에서 나온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철학 등 인문학적인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정신없이 변화하는 AI시대,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질문하는 인간, ‘호모 프롬프트’는 미래의 우리 모습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