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 ‘깡통 전세’ 피해, 남의 문제가 아니다 - 김선남 위민연구원 연구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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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2040] ‘깡통 전세’ 피해, 남의 문제가 아니다 - 김선남 위민연구원 연구원·변호사
2023년 05월 30일(화) 00:00
2022년 12월경 깡통 주택을 1139채 보유한 임대인, 일명 ‘빌라왕’ 김 씨가 사망하면서 200명이 넘는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음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며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깡통 전세’란 전셋값이 매맷값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 집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집이다. 보통은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 막아 여러 집을 사두는 ‘갭 투자’ 같은 부동산 투기를 하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보다 집을 포기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세입자의 보증금은 책임지지 않고 그냥 경매로 넘겨 버리면서 발생한다.

유례없이 전국 곳곳에 발생한 전세 사기 깡통 전세 피해 규모가 커진 배경에는 건물 소유자, 부동산 중개업자, 감정평가사 등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이 문제이다. 세입자들은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여 선순위 저당권, 전세권, 지상권 등을 확인하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여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깡통 전세 사기범들은 세입자들이 건물 소유주의 재무 건전성, 주택 보유수, 전세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허점을 노렸다.

전세 사기 유형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여 주택 담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미국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주택 담보 대출자에 대한 채무 조정, 경매권을 유예하여 한계 차주나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보다 앞서 한국 정부도 2007년 부도 임대주택 특별법을 제정하여 부도 임대주택 매입 후 공공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충분히 그 위험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전세 대출, 전세 보증을 확대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임대인들의 임대주택 매입을 지원함으로써 개별 주택별로 일어나던 깡통 전세, 전세 사기 규모를 수백~수천 채 규모로 키운 잘못이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구제는 정부의 개입 없이 힘들다. 우리나라 주택 경매의 경우 배당 순위는 ①경매 집행 비용(민사집행법 제53조) 소액 임차 보증금 채권(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제1항,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②당해세 집행 목적물에 부과된 국세, 지방세(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지방세법 제31조 제2항 제3호) ③저당권·전세권에 의한 담보되는 채권이다.

현재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으로 건물 소유자의 채납 내역 조회, 건물 보유 수량 조회 등 예방 대책 그리고 피해자들의 대출 연장, 대출 전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 구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대책 이외에 정부가 기금을 투입해 전세금 반환 채권을 먼저 매입하는 적극적인 구제책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재 주택 보유 수가 아닌 주택 소유자를 중심으로 국세 및 지방세가 부과되어 있어 한 번 체납되면 여러 곳에 보유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연쇄적인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국세 등을 주택 소유자가 아닌 국세 발생의 부동산별로 안분하는 방식으로 징수 방법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행 임차권은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 신고를 하면 그 다음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어, 사기범들이 당일에 은행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전입 신고일 당일에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주택 보유 수 확인 등 사실 조사 및 채권 매입 여부 판단과 관련한 부동산 보유 수, 과세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과세 정보 열람·공개도 포함되어야 한다.

개별 세입자들 또한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입자는 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 사람들은 임차 보증금을 전세금이라고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전세권은 그 전세 보증금 전체에 대해서 우선 변제권이 있다는 점이 임차권과 차이가 있고, 결국 핵심은 등기 여부이다. 세입자는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전세권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입자 중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할지라도 결국 전액 반환이 된다는 점에서 최선의 피해 예방법이다.

또 만일 내일 당장 전세 계약한다면 건물 소유주에게 국세 완납 증명서, 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해서 현재까지 밀린 세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매매가 대비 전세 보증금이 비슷하거나 80%를 넘어선다면 안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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