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일본 도자기 여행-조용준 지음
일본 도자기 속 숨은 역사와 조선 사기장의 눈물
![]() 고이마리 아카에 꽃병 (규슈도자문화관) |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도자기를 구경하고 도자기를 사는 수많은 인파 속에 묻혀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내 시선을 유독 잡아끄는 ‘물건’ 하나가 있었다. 이전에는 도자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필자였다. 더구나 도자기를 사고 싶다는 마음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도, 접시나 주발, 조그만 항아리 혹은 꽃병도 아니고 이렇게나 커다란 꽃꽂이용 수반(水盤)에 마음이 혹하고 동해버린 것이다.”
일본 왕실에서 사용한 아리타 자기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 조용준 작가의 말이다. 그는 1996년 처음 아리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단단히 ‘필’이 꽂히는 경험을 한다. 일생일대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는 그렇게 생애 최초의 도자기(수반)를 하나 샀다. “어떤 힘든 노동을 거쳐 그놈을 서울 집까지 끌고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이후 수반은 “가족과 평화로운 공존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용준과 도자기와의 인연은 그렇게 27년 전 시작됐다. 놀라운 것은 그의 수집가적인 기질 때문에 당시 1996년 아리타 도자기 축제 때 샀던 입장권도 갖고 있다. ‘세계 불꽃의 박람회’라는 제목이 붙었던 당시 도자기 박람회 티켓 가격이 2800엔이라는 사실도 기억한다.
일본 왕실에서 사용한 아리타 자기를 국내 최초 공개한 조용준 작가가 ‘일본 도자기 여행’을 펴냈다. ‘규슈의 8대 조선 가마’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아리타 자기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담고 있다. 책은 개정 증보판으로 도자기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중앙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저자는 지금까지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북유럽, 서유럽 편 3권과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7대 조선 가마’, ‘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 ‘일본 도자기 여행: 에도 산책’ 3권 등 모두 6권의 유럽과 일본 도자문화사를 정리했다. 이번 책은 일본 도자의 태동과 역사를 스토리텔링방식으로 생동감있게 기술하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저자는 메이지유신의 배경에는 조선 사기장에게서 탄생한 일본 도자기가 있었다고 본다.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삿초동맹군이 막부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도자기 수출로 인한 자본 축적이었다. 예술성, 실용성을 강점으로 근대화시기 유럽으로 수출되며 메이지 유신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저자는 하사미라는 작은 마을임에도 일본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자기 생산지 내력을 얘기한다. 하사미 도자기는 인근의 아마리 항구를 통해 외부에 유통됐고 메이지유신 이후에도 아리타역을 통해 팔려 나갔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하사미는 자신의 이름을 붙일 기회를 갖지 못해 이마리야키 또는 아리타야키로 불렸다. 그러나 하사미에서 처음 가마에 불을 지핀 것은 1598년 조선 사기장 이우경(李祐慶)으로 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책에서는 이렇게 일본 도자기에 얽힌 우리나라의 역사적 비극이 다양한 사료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도자기는 단순한 식기나 예술품 그 이상을 넘는다는 의미다.
일본 도자기의 시작을 언급할 때 거론되는 인물은 두 명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열등감과 조선 사기장 이삼평의 백자광 발견이 그것. 도요토미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감추기 위해 차와 찻잔 같은 다도를 적절히 활용했다. 특히 그는 조선 찻사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 임진왜란에 참전한 다이묘(중세시대 일본 영주)들이 이를 눈치채고 수많은 조선의 사기장들을 납치해갔다. 물론 이삼평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조선 사기장들은 일본에서 대를 이어가며 그들만의 독특한 도자기를 만들었다. 조선의 것과 유사하면서도 그것과 구별되는 독자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작품을 추구했다.
단정하고 기품있는 형상과 유약이 조화를 이루는 다카토리야키, 양각과 투각기법이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는 미카와치야키, 청화백자와 국화 무늬 세공의 장식에서 두각을 드러낸 나카사토야키 등은 독자적인 경지를 이루었다는 평가다.
한편 책에는 2022년 규슈박물관이 처음 일본 왕실에서 사용하던 그릇들도 소개돼 있다. 메이지 왕의 생일 축하연에 사용했던 그릇, 고카쿠 일왕의 식기 등도 볼 수 있다. <도도·2만2000원>
/skypark@kwangju.co.kr
그는 그렇게 생애 최초의 도자기(수반)를 하나 샀다. “어떤 힘든 노동을 거쳐 그놈을 서울 집까지 끌고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이후 수반은 “가족과 평화로운 공존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용준과 도자기와의 인연은 그렇게 27년 전 시작됐다. 놀라운 것은 그의 수집가적인 기질 때문에 당시 1996년 아리타 도자기 축제 때 샀던 입장권도 갖고 있다. ‘세계 불꽃의 박람회’라는 제목이 붙었던 당시 도자기 박람회 티켓 가격이 2800엔이라는 사실도 기억한다.
중앙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저자는 지금까지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북유럽, 서유럽 편 3권과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7대 조선 가마’, ‘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 ‘일본 도자기 여행: 에도 산책’ 3권 등 모두 6권의 유럽과 일본 도자문화사를 정리했다. 이번 책은 일본 도자의 태동과 역사를 스토리텔링방식으로 생동감있게 기술하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저자는 메이지유신의 배경에는 조선 사기장에게서 탄생한 일본 도자기가 있었다고 본다.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삿초동맹군이 막부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도자기 수출로 인한 자본 축적이었다. 예술성, 실용성을 강점으로 근대화시기 유럽으로 수출되며 메이지 유신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저자는 하사미라는 작은 마을임에도 일본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자기 생산지 내력을 얘기한다. 하사미 도자기는 인근의 아마리 항구를 통해 외부에 유통됐고 메이지유신 이후에도 아리타역을 통해 팔려 나갔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하사미는 자신의 이름을 붙일 기회를 갖지 못해 이마리야키 또는 아리타야키로 불렸다. 그러나 하사미에서 처음 가마에 불을 지핀 것은 1598년 조선 사기장 이우경(李祐慶)으로 돼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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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의 시작을 언급할 때 거론되는 인물은 두 명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열등감과 조선 사기장 이삼평의 백자광 발견이 그것. 도요토미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감추기 위해 차와 찻잔 같은 다도를 적절히 활용했다. 특히 그는 조선 찻사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 임진왜란에 참전한 다이묘(중세시대 일본 영주)들이 이를 눈치채고 수많은 조선의 사기장들을 납치해갔다. 물론 이삼평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조선 사기장들은 일본에서 대를 이어가며 그들만의 독특한 도자기를 만들었다. 조선의 것과 유사하면서도 그것과 구별되는 독자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작품을 추구했다.
단정하고 기품있는 형상과 유약이 조화를 이루는 다카토리야키, 양각과 투각기법이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는 미카와치야키, 청화백자와 국화 무늬 세공의 장식에서 두각을 드러낸 나카사토야키 등은 독자적인 경지를 이루었다는 평가다.
한편 책에는 2022년 규슈박물관이 처음 일본 왕실에서 사용하던 그릇들도 소개돼 있다. 메이지 왕의 생일 축하연에 사용했던 그릇, 고카쿠 일왕의 식기 등도 볼 수 있다. <도도·2만2000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