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관념과 정서의 언어들 ‘벽 속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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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관념과 정서의 언어들 ‘벽 속의 그리움’
장흥 출신 이남근 시인
2023년 05월 01일(월) 20:25
“사라지고 흘러간다 고맙고 애틋하다. 진주가 되지 못한 상처 스쳐가는 단상들, 달그락달그락 어쭙잖다. 몸부림은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움을 꿈꾼다”

장흥 출신 이남근 시인(조선대 영어교육과 명예교수)이 네 번째 시집 ‘벽 속의 그리움’(시와 사람)을 펴냈다.

모두 80여 편이 실린 작품집은 기발한 시적 정서를 표현한 시들을 담고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과 꽃, 상황을 단상과도 같은 언어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백수인 시인은 “사물과 사물, 사물과 관념, 관념과 관념의 언어들을 매우 참신하고 자유롭게 결합함으로써 새롭고 기발한 정서를 함유하도록 언어를 직조하는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표현한다.

“여리고 매끈해서 노심초사하다/ 어린 동심이 살짝만 만져도/ 파르르 떤다// 상흔마저 잘려 버렸던 기억을 안고/ 문명이 오가는 길가에서// 순박한 의지로/ 하늘을 포옹하는 너// 한여름 벌겋게 화상 입으며/ 견디는 화려한 상처의 꽃다발//(중략)// 상처가 아물어 가는 일상엔/은하수 건너는 지혜와/ 신의 벅찬 눈물이 배여 있으니”

위 시 ‘길가 배롱나무’는 여름에 보게 되는 배롱나무를 초점화한 작품이다. 배롱나무 붉은 꽃을 ‘화려한 상처의 꽃다발’이라 표현하고 있는 데서 보듯, 사물과 언어 사이에는 낯선 시적 정서가 흐른다.

또한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은하수 건너는 지혜’, ‘신의 벅찬 눈물’로 비유하는 것처럼, 화자는 언어의 융합을 매개로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 이남근 시인은 조선대에서 대학원장 등을 비롯해 대한언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8년 ‘문학21’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바람이 그림자 되어’, ‘의문의 달’, ‘벽의 그리움’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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