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의 영혼들 - 손유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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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손을 닦고 가지런하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는 것, 그리고 아주 잠깐 가지런하게 손을 모으며 순금같이 여기며 사랑할게, 오늘은 그럴게, 사는 것 앞에 고개를 숙이고”
2014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고 등단한 손유미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한 말이다. 첫 시집 ‘탕의 영혼들’에서 밝힌 그의 말은 어떤 의식을 치르는 행위처럼 사뭇 경건하면서도 마음이 아리다. 그에게 시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묵직하면서도 심오한 그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인은 이번 작품집에서 냉철한 시선과 기억으로 대상을 세심하게 숙고한다. 안태운 추천사에 따르면 “외따롭고 단단한, 용기의 리듬”이라는 표현이 무엇을 말하는지 대략 가늠이 된다.
“목욕탕// 목욕탕에 가야 하는 몸을 살뜰히 모은다 위기의// 순간을 앞둔 주인공에게 친구들이 선한 기운을 모아주듯이 그리하여 악당이라는 세력을 물리치고 행복한 결말 모두 활짝 웃으며 달려나가는 그런 결말이 내게는// 목욕탕// 목욕탕에 있다// 대욕탕과 쑥탕/ 게르마늄 온천과 숙탕/ 온탕과 쑥탕/ 해수탕과 쑥탕/ 잠깐 열탕 잠깐 냉탕 쑥탕을/ 오가며 풀어놓은 나의/ 이완된 근육들 그리고…”
위 작품은 ‘탕의 영혼들’이라는 표제시다. 목욕탕의 풍경을 ‘탕의 영혼들’이라는 기발한 어휘와 상상력으로 풀어낸 게 이채롭다. 다양한 목욕탕의 풍경과 각각의 탕들을 보는 화자의 시선은 어떤 의식을 치르는 듯 정갈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에 젖어 있다.
그 이면에는 어둠의 무게와 또는 지난날의 슬픔, 고통을 깨끗이 벗어버리려는 보이지 않는 의지가 드리워져 있다. <창비·1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2014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고 등단한 손유미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한 말이다. 첫 시집 ‘탕의 영혼들’에서 밝힌 그의 말은 어떤 의식을 치르는 행위처럼 사뭇 경건하면서도 마음이 아리다. 그에게 시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묵직하면서도 심오한 그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목욕탕// 목욕탕에 가야 하는 몸을 살뜰히 모은다 위기의// 순간을 앞둔 주인공에게 친구들이 선한 기운을 모아주듯이 그리하여 악당이라는 세력을 물리치고 행복한 결말 모두 활짝 웃으며 달려나가는 그런 결말이 내게는// 목욕탕// 목욕탕에 있다// 대욕탕과 쑥탕/ 게르마늄 온천과 숙탕/ 온탕과 쑥탕/ 해수탕과 쑥탕/ 잠깐 열탕 잠깐 냉탕 쑥탕을/ 오가며 풀어놓은 나의/ 이완된 근육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어둠의 무게와 또는 지난날의 슬픔, 고통을 깨끗이 벗어버리려는 보이지 않는 의지가 드리워져 있다. <창비·1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