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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가지 길 이야기, 길을 통찰하면 세계사 흐름 한눈에 보인다
일본박학클럽 지음, 서수지 옮김
2023년 02월 09일(목) 18:50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중국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루쉰의 말이다. 루쉰의 말을 다르게 정의하자면 ‘모든 역사는 길 위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길은 역사를 견인했고, 역사는 또한 길을 만들었다.

인류 최초의 위대한 선택을 꼽으라면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 사건일 것이다. 인류의 조상은 약 20만 년을 전후로 아프리카대륙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2만 년 전쯤 인류는 아프리카대륙을 벗어나 다른 대륙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왜 아프리카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생각을 했을까.

미지를 향한 호기심이었을 거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호기심은 뇌용량이 커지면서 생겨났고, 이는 도구 제작으로 연결됐다.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동한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동아프리카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경로, 다시 말해 시나이반도를 지나 유럽으로 향했다. 또 하나는 동아프리카에서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반도에 상륙 후 남아시아와 동아시아로 퍼져갔을 것이라는 견해다.

‘길’을 모티브로 인류의 역사를 조명한 책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39가지 길 이야기’는 흥미롭고 이색적이다. 역사 속 사건부터 문화, 정보, 삶의 지혜 등을 조사 연구해 책으로 펴내는 일본박학클럽이라는 단체가 저자다. 이들은 지금까지 ‘세계 명화 수수께끼 풀이 가이드-미궁편’, ‘역사의 뜻밖의 결말’ 등을 펴냈다.

책에는 고대세계를 혁명적으로 바꾼 길, 동서 교류를 촉진하고 글로벌화를 앞당긴 중세의 길, 탐험과 모험을 통해 제국주의로 치달은 근세의 길, 오늘날 패권 국가 틀을 만든 근·현대의 길 등 다양한 역사적 길이 나와 있다.

동서 교류를 활발하게 견인했던 길 가운데 게르만 민족 대이동을 빼놓을 수 없다. 게르만민족은 기원전 1천년대 스칸디나비아반도 남부, 유틀란트반도 등에 거주했다. 1세기경에는 라인강 우안과 도나우강 유역에까지 도달했지만 그 시기 훈족이라 불리는 유목기마민족 등장으로 긴장이 높아진다. 게르만인들은 서유럽 각지로 이동해 서로마제국 영내에서 독자적인 국가를 건설했으며 이는 결국 서로마제국 소멸로 이어졌다.

지식혁명의 불길을 세계 전역으로 전파한 것은 제지법이었다. 당나라와 아바스 왕조의 충돌은 세계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바스왕조 군대가 사로잡은 당나라군 가운데는 제지공이 끼어 있었는데 이들 장인들이 문명에 변화를 견인했다.

제국주의 시대 탐험과 모험은 유럽의 경제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꾼 사건이었다. 특히 콜럼버스의 항해를 빼놓을 수 없다.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경쟁적으로 신항해시대를 열었고 두 나라는 인도,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광대한 식민지를 보유했다.

이밖에 책에는 유럽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꾼 바이킹의 원정길, 동아시아 불고를 완성시킨 현장 스님의 서역 여행길, 주요 열강의 패권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친 수에즈 운하의 길 등 세계 역사 속의 다양한 길이 등장한다.

<사람과나무사이·1만8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