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설야중거- 임명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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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설야중거- 임명재 약사
2023년 02월 01일(수) 00:00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는 조선 후기의 문신 이양연의 시이며 김구 선생님의 애송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시는 공인이나 지도자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기록될 수 있으니 각별히 말이나 언행을 주의해서 국민들과 후세에 좌표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위대한 조상들로부터 훌륭한 유전적 인자를 물려받았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끊임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토록 수많은 침략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다.

그러한 원동력은 아무 때나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바로 사람이다. 누군가 앞장서서 올바른 길을 안내하고 앞장서는 사람이 수많은 국민들의 열망을 모으게 된다. 이러한 조화, 국민들과 지도자의 조화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국가와 민족이 어려울 때 항상 국민들이 믿고 따를 만한 지도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걸어야 할 철학적 자세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며 국민들로 하여금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마땅한 대상자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핵심 권력은 누가 뭐라 해도 대통령이다. 대통령 자신이 임기 5년 동안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국정 철학을 수립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 부처 장관들을 비롯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과 방법, 열정이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 단체의 장들도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당선 1년은 계획하고 검토하고 공무원들을 설득하며 지나가고 그 후에는 그것을 실행을 준비하는데 소모하고 그러다가 남은 1년은 또 선거 준비를 해야 한다.

작은 지방자치단체도 그러한데 대한민국 전체를 움직이는 것은 어떠하겠는가? 대통령이 뜻을 세우고 청사진을 보여 주면 국민들은 미래를 마음속으로 그려 보면서 그 정권을 지지하고 참여해서 좀 더 발전된 대한민국을 건설하면서 우리 후손들에게 더욱 살기 좋은 국가를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양연의 시를 무색하게 한다. 민주주의가 공산주의보다 더 경쟁력이 큰 것은 자유로움에 있다. 심지어 같은 편이라도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는데 다른 생각을 하는 자는 못 걷게 하고 있다. 너무나 어지럽게 걷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발자국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자신의 걸음과 똑같이 걷는데도 다른 이의 그 걸음은 틀렸다고 한다. 국민의 눈에 뻔히 옳은 걸음이 아닌 것으로 비치는데도 아니라고 잡아뗀다.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는 무리들도 덩달아 날뛰는 것이 이게 앞으로 걷는 것인지 옆으로 걷는 것인지 심지어 가만히 살펴보면 뒤로 걷는 이들도 있다. 시작이 이 지경이라면 우리의 정치는 5년간 제자리를 맴돌 것 같다.

누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을까? 바로 우리들이다. 투표를 했던 우리들, 감정적으로 경솔했고 판단의 기준도 흐려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도 일종의 공무원이고 5년 계약직 대표이사이다. 우리가 세금을 내고 의무를 다하는 한 4년 뒤에는 또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좀 더 냉철해지고 더 똑똑해져야 한다.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새해에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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