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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복어탕의 비결
2023년 01월 12일(목) 00:15
복어는 오래 전부터 먹던 우리 바다의 생선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 지역을 지나 강으로 역류해서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한강의 유명한 복어가 바로 황복이다. 이 복어는 서해안에서도 많이 보인다. 강경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복어가 유명했다. 아주 비싸고 맛이 좋다.

문제는 복어 다루기다. 알다시피 복어는 맹독을 품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복어 조리 기능사 제도를 두어 시험을 치러 자격을 부여한다. 조리 기능사 시험 중에 합격률이 제일 낮다.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이라 그렇다.

어렸을 때 동네에 있는 일식집 중에 기술이 좋은 집들은 복어를 했다. 한식집도 파는 집이 꽤 많았다. 무슨 자격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선배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조리했겠다. 그 식당에 복어가 들어오면, 동네 아이들이 가서 그 장면을 보곤 했다. 입을 뻐끔거리는 복어가 무서워서 우리는 마치 뱀을 보는 것처럼 떨었다. 건드리면 배를 불룩거리며 성을 내서 일부러 장난을 더 치는 용감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주인에게 들켜서 호통을 들었다. 아버지도 복어를 꽤 드셨다. 복탕이라고 하여 콩나물이나 배추를 넣고 맑게 끓인 걸 좋아하셨다. 나중에 어른이 되고나니 그게 천하의 명물 술국이라는 걸 알았다. 술 깨려고 마시다가 속이 다 풀려서 다시 술을 마시게 한다는 전설(?)의 복탕, 복국.

복국이란 말은 부산 쪽에서 주로 쓰는 것 같다. 현대그룹의 정주영씨가 출마했던 저 유명한 대통령 선거에서 ‘복국’이란 이름이 전국을 탔다. 매일 그 뉴스로 시끄러웠다. 혹시 그 사건을 모르는 독자라면 젊은 세대일 것이다. ‘초원 복국 사건’으로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그 사건으로 소위 지배 세력의 수준과 비열한 태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어쨌든 복국은 죄가 없다. 그 맛있고 시원한 탕국이 정치 입길에 오르내리는 불운이 있었다. 부산은 창원과 함께 복국이 아주 많이 팔리는 도시다.

오래된 식당, 즉 노포를 많이 취재하는 나는 이런저런 지역에 자주 간다. 흥미로운 건 노포 중에 가장 많은 수가 중국집과 복어집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집은 화교라는 정체성으로 다른 직업에 동사하기 어렵고, 그들 내부 사회에서 독점적인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면서 세월이 흐르고 노포가 된 경우라면, 복어는 어떤 이유로 노포가 많은 걸까. 우선 간결한 메뉴다. 복어 하나만 다루면 되니까 전문가들은 비교적 일이 빠르고 수익이 좋았다. 그래서 노포로 오래도록 사랑받게 된다. 둘째, 복어는 단골이 있게 마련이므로 가게의 역사가 쌓이기 쉬웠다. 복어도 중국집처럼 폐쇄적인 기술 이전이라는 내막이 있다. 복어 다루는 기술을 아무에게나 안 가르쳐주었으니 가족 대물림이 주로 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복탕이나 복어 요리는 아무나 먹지 않는다. 대체로 경제력이 있고 보수적인(정치적 의미가 아닌) 사람들이 주로 단골이다. 이들은 자주 가는 식당을 잘 안 바꾼다. 이 때문에 복어집은 노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요즘은 독이 거의 없는 양식 복어도 많고, 복어 손질 기술이 아주 뛰어나서 먹고 사고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러 일어난다면 무자격자나 일반 애호가(낚시꾼)가 호기심에 요리할 때다. 그런데 과거에는 신문 기사에 툭하면 복어 사고 소식이 났다. 특히 복어알을 먹고 참사를 겪는 기사가 의외로 많다. 복어는 내장에 독이 많은데, 특히 알은 위험하다(수컷의 정소인 ‘이리’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여 허가받은 전문가가 손질해서 요리하여 판다).

주워 온 복어알을 먹고 일가족이 위험에 빠지거나, 복어알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도 꽤 많았다. 식당 쓰레기통에서 주운 복어알을 끓여먹고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 사건도 검색된다.

복탕, 복국은 주로 시원한 맑은 탕이 많이 팔린다. 복어는 생각보다 맛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생선이 아니다. 그럼 그 시원한 맛의 비결은 무얼까. 뒤포리(밴댕이 말린 것) 같은 재료를 푹 끓여 맛을 내는 집이 많다. 다른 생선의 뼈를 더 넣어서 맛을 강화하기도 한다. 한 노포 복어집에서 들은 얘기인데, 그냥 맹물이 제일 좋다고 한다. 설마 했는데 과연 맛이 아주 좋았다. 주인 말씀이 콩나물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머리 잘라서 쓰는 두툼한 콩나물 말고 보통 가정에서 쓰는 뿌리가 가는 걸 쓰되, 대가리까지 넣는 것이 비결이다. 콩나물 대가리에서 고소한 맛이 나온다는 것이다. 미나리를 듬뿍 넣은 맛있는 복국, 복탕으로 건조한 겨울을 넘겨 보는 건 또 어떤가. <음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