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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물 부족-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
2022년 12월 13일(화) 00:45
광주·전남 지역의 가을·겨울 가뭄이 심각합니다. 광주시는 동복댐의 저수율이 20%대까지 내려가자 식수원 비상 관리에 들어갔고, 물 절약을 호소하는 문자를 연일 시민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 얼마나 비가 내리지 않은 것일까요? 기상청 ‘기상자료 개방포털’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광주의 강수일수는 79일입니다. 최근 5년 평균(106일)에 비해 약 30일 적게 내렸습니다. 30㎜ 이상 내린 날은 엿새 정도이고, 1㎜~30㎜ 내린 날이 49일입니다. 무강수 일수는 330여 일 중 250여 일이나 됩니다.

강수 일수가 적으니 강수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광주의 강수량은 739㎜입니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같은 기간 평균 연 강수량이 1310㎜이니 예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의 비만 내렸습니다. 실제 3월을 제외한 나머지 9개월 동안 평년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220㎜ 적게 내렸습니다. 특히 올해 장마 기간인 7~8월에는 평년에 비해 약 340㎜ 적게 내려, 마른 장마였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국 평균 저수율은 12월 12일 기준 67.4%이지만, 전남은 46.4%입니다. 경기 89.9%, 강원 93.3%에 비해 절반 정도이고, 평년 대비 75% 수준입니다.

환경부에서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하천(강) 물이 말라서 하천수, 댐, 저수지 등 수자원 시설물에 공급되는 물이 부족할 경우 ‘갈수 예보’를 합니다. 갈수 예보 발령은 통상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눕니다. 그중 심각 단계는 갈수의 전개 규모와 범위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어 위기 발생이 확실한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와 주암댐 인근의 여천·광양 공업지구에 전력 및 용수를 공급하는 주암댐이 현재 최하위 등급인 ‘심각’ 단계에 이르렀으며, 광주의 또 다른 식수원인 동복댐도 ‘심각’ 수준입니다.

강수량이 적고,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기후 위기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전 세계가 극심한 홍수와 가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고, 기존 태풍의 공식을 깬 태풍 힌남노처럼 한반도가 기후 위기의 경향성에 따라 지금의 가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를 전망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시나리오’(RCP2.6) 광주·전남 지역 강수량 전망도 가을철과 겨울철 강수량이 중장기적으로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뭄은 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후 위기를 가뭄과 물 부족의 첫 번째 근거로 삼는 것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물 소비의 증가를 들 수 있습니다. 평년과 다른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가운데, 물 소비의 증가는 물 부족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총급수량과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간 총급수량과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지난 2009년 각각 57억 6000만㎥, 274ℓ에서 2020년에는 66억 5100만㎥, 295ℓ로 증가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물 사용의 증가는 가뭄과 더해져 물 부족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물 부족 문제, 특히 식수 문제는 사람들의 물 사용량이 적어지거나,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제대로 설치·관리되고 있다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을 담는 시설 용량을 키우는 것보다 새는 물을 막거나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화장실, 욕실, 세탁, 주방에서 물을 절약하고, 상업 시설과 산업 시설에서도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광주시에서 연일 문자와 홍보 매체를 통해 물 절약 방법을 소개하고 실천을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일 1인 사용량을 20% 절감하여 내년 장마 시기까지 버텨 준다면, 급수 제한 없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디언 기우제 지내듯이 비만 내리기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시민 실천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지역별 가뭄 발생 빈도, 용수 이용량, 수자원 공급 시설 등을 기반으로 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지역 맞춤형 가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노후화된 시설을 신속히 교체하는 등 근본적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절수 시스템과 제품이 의무적으로 설치·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어려운 시기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가뭄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