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쓸모 -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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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쓸모 -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
2025년 09월 16일(화) 00:00
8월 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을 두고 지역에 작은 소란이 일었었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대통령 사면 후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간에 활발한 정치적 행보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문제 제기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는 민주당이 조국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과도한 견제에 나서기보다 정치 혁신을 위한 경쟁에 나서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에 대한 이런 일갈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호남 정치의 쓸모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깔려 있다. 호남에서 민주당은 오랫동안 일당 독점의 정치 체제를 구축해왔다. 문제는 이 일당 독점의 정치 체제가 얼마나 시민들에게 효능감을 주었느냐이다. 최근의 몇몇 선거 사례를 보면 민주당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영광 군수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는 청렴 이슈 등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인물이었다. 이때 민주당이 내세운 선거 전략은 이재명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압도적 지지로 이 논란의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군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군수를 뽑는 선거에서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극복을 위해 표를 달라는 것이 과연 바른 주장인가? 그것도 군수로서의 자격에 대한 여러 논란을 가진 인물을 내세워 놓고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주장인지 민주당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다. 그러나 2, 3위를 차지한 진보당과 조국혁신당과의 득표 차이가 크지 않았다. 만약 진보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냈다면 민주당이 패배할 수도 있는 선거였다.

담양 군수 보궐 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민주당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특정 후보를 배제하는 경선 과정을 노골적으로 진행했다. 이 후보는 반발해 조국혁신당으로 옷을 갈아 입고 선거에 나섰다. 이번에도 선거 전략은 전국적 이슈 몰이였다. 내란 극복을 위한 동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당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상식에 맞지 않은 불공정한 일을 해 놓고 대의를 위해 우리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다시 반복되었다. 결과는 조국혁신당의 승리였다.

이 두 가지 사건은 호남 정치의 현주소와 변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 일당 독점 체제하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오랫동안 호남 정치를 왜곡해 왔다. 청렴에 결정적 하자가 있는 후보를 내세우고, 좋은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도 무시하면서 원하는 후보를 꽂아 넣는 짓을 해도 거리낌이 없는 정치, 선거의 본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무시하는 선거 전략, 유력자와의 친소 관계로 후보의 경쟁력이 평가되는 정치. 이것이 호남 정치의 현주소이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 시민들을 위한 효능감 높은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상상력과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치열함에서 너무나 멀어져 있고 유력자와의 줄대기에 골몰하는 호남의 정치를 견뎌내야 하는 시민들은 불행하다. 이 점에서 민주당은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정치 혁신을 위한 경쟁에 나서라는 시민사회의 외침은 효능감 높은 정치의 복원을 바라는 광주시민의 심정을 대변한다.

이 선거 사례에서 호남인들은 정치의 쓸모를 복원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당 공천 시스템의 혁신, 일당 독점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당제의 시스템, 시민의 참여 공간과 깊이를 확대하는 지방 자치 시스템 등 효능감 높은 정치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지역 공동체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광주의 시민사회 역시 효능감 높은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마중물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곧 지방선거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 파시즘의 발호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과 광주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여정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효능감 있는 정치 제도와 인재 발굴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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