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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11월 25일(금) 00:30
이름 앞에 관용적으로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라는 별칭이 붙은 단어가 있다. 화개장터이다. 이곳에 대해 잘 모르거나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영남·호남이 맞붙은 곳에 위치한 화개장터를 막연하게나마 지역 감정이 없고,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화개장터는 지리산에서 시작한 화개천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영호남의 접경지에 위치해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속한다. ‘하동군사’(河東郡史)를 비롯한 각종 기록을 보면 화개장은 1770년대에는 1일·6일 형식의 오일장으로 섰다가 1913년께는 2일·7일, 1928년부터는 다시 1일·6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옛적에는 화개장이 전국 7위의 거래량을 자랑한 큰 시장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6·25 전쟁 이후 지리산의 빨치산 토벌 등으로 산촌이 황폐해지면서 화개장도 쇠퇴해 갔다. 당시 화개장터는 사라졌고, 지금은 화개면사무소 앞 쪽 화개다리 옆에 1997년부터 복원한 현대식 장이 오일장 대신 상시 시장으로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옛날에는 섬진강의 물길을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아 영호남 사람들이 화개장에 모여, 내륙의 농산물과 남해에서 생산된 해산물 등을 교환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양 지역 주민들의 우의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영호남 사이에 교류가 일어나는 경우를 빗대어 ‘화개장터’라 부르기도 한다. 프로야구에서는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화개장터로 소개하기도 한다. 또 광주일보와 대구의 매일신문이 공동으로 매년 개최하는 ‘영호남 문화대축전’에서도 영호남 시군의 농수축산품 부스를 화개장터라고 부른다.

‘화개장터’가 최근 호남 상인이 없는 영남만의 장터가 될 뻔 했다. 74개의 점포 가운데 세 개가 구례·광양 상인의 점포인데, 관리 주체인 하동군이 3년 임대 계약 만료와 함께 입주 자격을 하동군 거주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지역 상인들이 함께 장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의견과 영호남 화합의 상징성이 존치하기를 바라는 지역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자 하동군은 호남 점포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하동군의 대승적인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