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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춘들 … “50만원으로 한 달 버텨요”
월급 빠듯한 2030세대
고금리 고물가 ‘덫’에 걸려
증시·코인·부동산 피해도
신빈곤층으로 전락 우려
2022년 11월 07일(월) 19:18
가공식품 물가 지수가 전년 대비 9.5% 상승하며 2009년 5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일 물가가 치솟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7일 오후 광주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 모습.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결혼하고 내 집도 사고, 이건 생각도 못하죠. 당장 주머니에 만원 짜리 한장도 없는 데요.”

15개월차 직장인 진모(여·26)씨는 고향인 목포를 떠나와 광주에서 자취를 하며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녀의 한 달 월급은 세금을 떼면 약 190만원이다.

월세 30만원을 비롯해 관리비와 공과금 10만원, 통신비와 보험료 등 20만원이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또 대학을 다닐 때 받았던 학자금 대출도 상환하고 있다. 급여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대로 빠져나가는 돈만 100만 원 정도이다.

고정비용을 제하고 진씨에게 남는 돈은 90만원이 채 안된다. 그래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주택 청약과 함께 청년희망적금도 30만원을 넣고 있다. 수중엔 50만원도 남질 않는다.

진씨는 “한달을 40만~50만원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며 “밥도 먹고 생필품도 사야 하는데 물가가 너무 올랐다. 옷 한 번 사는 것도 버겁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33)씨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박씨의 월급은 세후 280만원 정도이다. 1년 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대출을 받은 탓에 매달 120만원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자동차 할부금(30만원)과 공과금 및 보험료, 주유비 등을 더하면 한 달 고정지출은 200만원을 크게 웃돈다.

박씨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무리해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까지 끌어 모아 내 집을 마련했다”며 “신용대출 금리가 인상되고 물가도 올라 경조사비를 내고 나면 월급으로는 한달 생활이 불가능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돈 없는 청춘’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갓 취업한 탓에 주머니가 여유롭지 못한 2030세대들이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당장 생활비조차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는 것이다.

증시와 코인, 부동산의 폭락과 금리 상승이 맞물려 빚의 덫에 걸린 2030세대가 많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자칫 장기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13.18(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9.5% 상승했다. 이는 2009년 5월(10.2%)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식용유(42.8%), 밀가루(36.9%), 부침가루(30.8%), 국수(29.7%), 물엿(28.9%)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73개 품목 중 54개 품목이 상승했다. 10개 중 7개 꼴로 오른 것이다. 치즈(11.0%), 라면(8.9%), 시리얼(8.1%), 두유(8.0%), 스낵과자(8.0%) 등의 상승 폭이 가팔랐다.

가공식품 물가는 전월 대비 1.6% 올라 지난 3월(1.7%)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물가가 역대 최대 상승률을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식품업계가 먹거리에 대한 가격 인상을 재차 예고함에 따라 청년들의 물가 부담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이날부터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인상하고 팔도는 이달 비락식혜와 뽀로로 등 음료 8종의 출고가를 평균 7.3% 올렸다.

또 낙농가와 유업계가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ℓ당 49원 올리기로 하면서 유제품뿐만 아니라 이를 재료로 쓰는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등 수많은 제품들의 가격 역시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광주지역 청년들의 대출이 증가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대출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물가마저 올라 지출이 늘게 되면서 ‘청년 빈곤층’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광주지역 20~30대 가계대출 증가율은 1분기 기준 2020년과 2021년 각각 7.3%, 7.4%를 기록하다가, 올해 9.6%로 증가했다. 또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 자료를 보면 광주의 20~30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2019년 1만410명에서 2020년 1만2168명으로 16.88%(1758명) 증가했고, 2021년에는 1만3393명으로 전년 대비 10.08%(1225명) 늘었다.

광주은행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각종 투자에 나섰던 2030세대의 부채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현상이 더해진 탓에 급여가 낮은 청년층은 생계 자체가 어려운 신빈곤층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