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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조교수
2022년 10월 24일(월) 23:30
지난여름 태풍이 포항을 지나며 발생한 재해는 한반도 역시 기후 위기에서 유발되는 재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이제 점진적으로 혹은 블랙 스완과 같이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돌발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다.

기후 위기는 실제적인 자연 재난과 사회적 재난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기후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시장 규범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중국은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새로운 경제의 질서를 만들고 있다.

기후 위기에 더해 신냉전 등으로 인해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이후의 세계화는 제동이 걸리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전기차 관련 보조금 사태 역시 신기후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자유 무역 관행을 벗어나 세계 가치 사슬 자체를 내수화해 가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그동안의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신기술 및 산업의 전환은 한국 사회에도 엄청난 충격을 야기할 것이다. 일단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전격적으로 이행한다면,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라인 뿐 아니라, 수많은 부품업체, 정비업체 등 유관 업종 종사자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전기차에는 부품이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LPG, 휘발유 주유소 산업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고, 심지어는 주유소 주변에 위치했던 기사 식당과 세차장들 역시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구상에 엄청난 재난이 발생해 종 차원의 멸종이 발생했을 때, 공룡들은 사라지고 작은 포유류들이 틈새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인한 충격에 공룡과 같은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노동자들 중 누가 더 취약할까? 대기업의 시장 독점의 틈새에서 살아가는 기존의 화석연료 업자들, 중소 하청업계,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의 전환, 업종 전환 인센티브 등 출구 전략은 준비되고 있을까?

이미 한국의 대기업들은 배터리와 그린 산업의 신기술을 위해 엄청난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받아 전환 경제로 이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환의 시간표는 자신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전경련은 EU에 서한을 보내 탄소 국경 조정 제도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를 요구하고,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 강화와 원전 에너지 활용 확대, 그리고 시장에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기업들은 국가 R&D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용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공룡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며 피해에 대한 대응을 지연시키고 있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 하청 노동자, 그리고 취약한 사람들,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기후 위기 대비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필연적인 피해와 고통에 대해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를 하고 있을까? 석탄산업, 원전산업 등 에너지 전환을 경험한 독일에서는 전환을 위해 여러 이해관계의 타협을 통한 균형과 적절한 규제 및 보상을 제시해 왔다고 한다.

정부는 대기업의 목소리뿐 아니라, 각계각층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탈탄소 전환 경제에 대한 대응책을 민주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투명하게 밝히고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기후 위기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