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와 클래식-김미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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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클래식-김미은 문화부장
2022년 10월 20일(목) 01:00
온다 리쿠의 소설 ‘꿀벌과 천둥’은 가상의 요시가에 국제피아노 콩쿠르가 소재다. 벌을 키우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16세 소년 가자마 진, 천재 소녀로 불렸던 에이덴 아야 등 전 세계 신예들이 1·2·3차 예선과 본선을 치르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낸 소설은 흥미롭다.

책의 챕터도 ‘참가 등록’ ‘예선’ ‘본선’ 등 경연의 형식을 따라가고 있는데, 콩쿠르가 소재이다 보니 책에는 숱한 피아노 곡이 등장하고 참가자가 연주한 레퍼토리도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다. 소설의 인기에 경연곡 17곡이 담긴 음반이 나왔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실제 일본에서 3년마다 열리는 하바마쓰 콩쿠르를 네 차례나 찾아가는 등 발품을 팔았다. 두 번째 관람했던 콩쿠르 우승자가 바로 조성진이었고, 그 인연으로 작가는 조성진의 일본 공연 팸플릿에 글을 쓰기도 했다.

소설 속 클래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의 작품에서 음악은 큰 역할을 하고,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등 관련 책이 많이 출간됐고 책에 등장한 레퍼토리만으로 꾸려진 음악회나 컴필레이션(편집) 음반도 많다. 하루키 본인도 486장의 소장 음반을 소개한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를 펴내기도 했다.

아마도 2009년 즈음 국내에는 덜 알려졌던 야냐체크의 ‘신포니에타’를 한 번 들어 보려했던 사람이라면 하루키의 ‘1Q84’을 접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소설 첫 대목에서 여주인공 아오마메가 택시 안 라디오에서 이 곡을 듣는 장면을 읽고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리스트의 피아노곡집 ‘순례의 해’ 역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찾아 듣게 된다.

하루키 작품 속 클래식을 라이브 연주, 해설과 함께 듣는 공연이 열린다. 오는 22일과 26일(오후 3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하루키와 클래식’이다. ‘노르웨이의 숲’ 등에 등장하는 바흐·슈베르트 등을 만나는 자리로 ‘하루키 월드’에 빠지는 즐거운 경험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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