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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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10월 17일(월) 00:45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출신 아니 에르노(82)는 이색적인 작가다. 현대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그녀는 ‘체험하지 않는 것은 결코 쓰지 않는다’는 독특한 창작관을 견지한다. 소설이란 허구(fiction)와 현실(reality)이 결합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보면 에르노의 관점은 다분히 도발적이다.

에르노는 노르망디 소도시에서 작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다분히 궁핍했던 것 같다. 다락방에서 추위에 떨며 공부를 해야 했던 빈곤한 환경은 에르노에게 일찍부터 사회와 인간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갖게 했던 것 같다. 문학과 개인,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그린 소설 가운데는 뛰어난 문학적 수사나 심오한 은유 없이 자신만의 언어로 그린 작품이 많다. ‘체험을 토대로 소설을 쓰는’ 원칙은 대상에 대한 날것의 감정을 감각적이고 예리하게 형상화하는 동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프랑스는 문화와 예술의 나라 이전에 ‘문학의 나라’다. 지금까지 총 16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1901년 초대 수상자인 쉴리 프뤼돔을 비롯해 1915년 ‘장 크리스토프’의 로맹 롤랑, 1947년 ‘좁은 문’의 앙드레 지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57년에는 부조리한 인간의 내면 세계를 탁월하게 그렸던 ‘이방인’의 저자 카뮈가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실존주의 철학으로 유명했던 장 폴 사르트르는 문학적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수상(1964년)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번 에르노의 경우는 프랑스 문학 사상 첫 여성 작가의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노벨상 계절이 돌아오는 10월이면 스웨덴 한림원으로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때마다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도 있을 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기대를 하기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문학이 꼽혔지만 ‘미투 사태’ 이후로는 후보에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문학이 모든 예술의 기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어쩌면 세계에 불고 있는 K문화 돌풍이 사실은 K문학이라는 원소스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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