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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초대석] 탐험가 김현국 (사)세계탐험문화연구소 이사장 “유라시아 횡단 경험을 메타버스에 녹이겠다”
바이크로 4차례 유라시아 대륙 횡단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책 펴내
경이로운 경험이 가져다준
새로운 삶의 가치 공유하고 싶어
북한 통해 대륙 가는 날 왔으면
2022년 10월 03일(월) 18:00
27년간 모터바이크를 이용해 4차례 유라시아 대륙을 단독 횡단한 탐험가 김현국.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청년은 홀로 모터바이크에 몸을 싣고 미지의 땅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이후 3차례나 1만4000㎞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 최대 탐험가 단체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The Explorers Club)에 한국인 최초로 정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획전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10월 26일)을 열고 있는 탐험가 김현국(54)의 유라시아 대륙횡단 대장정에 대해 들었다.

◇한국인 최초 ‘The Explorers Club’ 정회원 인증 = “아이들이 아빠 차를 타고 함께 바이칼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청년들이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발트해에서 윈드서핑을 하고, 어른들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서 북극권에서 오로라를 보고 오고… 이런 일이 지금 당장 가능합니다.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나요!”

세계 최초로 모터바이크를 몰고 시베리아를 홀로 횡단한 이후 현재까지 모두 4차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고,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세계 최대 탐험가 단체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The Explorers Club)이 한국인 최초의 정회원으로 인증한 김현국(54) 탐험가. 전남대 산학협력 2호관에 자리한 ‘당신의 탐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국내에서 정식 직업군에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인 ‘탐험가’라고 자기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다.

세계 최대 탐험가 단체인 ‘The Explorers Club’ 문장(紋章).
그는 모터바이크를 이동수단으로 삼아 1996년 세계 최초 시베리아 단독 횡단을 비롯해 모두 4차례 유라시아 대륙을 혼자서 횡단했다. 탐험 구간은 ▲1996년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1만㎞) ▲2014년 부산~동해~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암스테르담(왕복 2만5000㎞) ▲2017년 부산~동해~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왕복 1만㎞) ▲2019년 부산~동해~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로테르담(왕복 2만5000㎞)이었다.

그는 지난 1월, 4차례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 경험을 기록한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알에이치코리아 刊)을 펴냈다. ‘나는 바이크 타고 시베리아에 간다’는 부제를 붙인 이 책 프롤로그에서 그는 “우리 땅 400㎞에 머물던 시야가 1만㎞로 넓어지면서, 정신적·심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경험이 가져다준 새로운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019년 4월,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The Explorers Club) 정회원으로서 인증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다.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탐험한 프레데릭 쿡 등 탐험가들이 1904년 창설한 탐험가 단체이다. 그는 같은 책에서 클럽의 정회원 인증에 대해 ‘(클럽은) 수차례에 걸쳐 단순, 반복, 지속적으로 해온 행위 속에서, 나의 진정성과 이제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탐험의 창의적인 면을 보았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레나 고속도로와 합쳐지는 아무르주(州) 스코보로디노 표지판 앞에서
◇4차례 모터바이크로 유라시아 대륙 횡단 = 부산에서 ‘육로’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까지 갈 수 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AH6)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과 ‘국도 7호선’ 시작점은 같다. 2010년 ‘러시아 횡단도로’(길이 1만㎞)가 완성됨에 따라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과 유럽도로가 연결됐다. 그는 국가산업 차원에서 러시아 횡단도로에 주목하고, 유라시아 대륙 횡단도로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언한다.

“한반도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가는 국제고속도로 네트워크가 있어요. ‘아시안 하이웨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중국 쪽(1호선)과 시베리아 쪽(6호선), 두 개가 있죠.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에서 아시아 각국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국경을 터서 길로 연결했습니다. 북한도 ‘아시안 하이웨이’ 회원국이에요. 1987년 스무 살 때 민주화를 경험하면서 통일까지 생각하며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북한을 통해서 대륙으로 갈 수 있겠네’라고 시작해서 제가 대륙의 길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고, 탐험가가 됐죠. 그 초심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북한을 통해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고 싶습니다.”

4차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그의 탐험 주제는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육로를 이용하는 차량 물류운송의 경우 비행기나 선박, 기차에 비해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었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유라시아 콤플렉스’ 개념이 새롭다.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로테르담에 이르는 1만4000㎞의 노정에 1000㎞ 단위로 세우는 12곳의 여행자를 위한 복합 공간, 일종의 ‘역참’(驛站)이란다. ‘오랜 세월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인이 유라시아 대륙을 내 손바닥의 손금처럼 보며 다니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갖추고 대륙 질주하는 ‘디지털 노마드’ =그의 모터바이크는 현대판 말이다. 모터바이크와 아이패드, 스마트 폰을 갖추고 끝없이 펼쳐진 대륙을 거침없이 달리는 그는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Nomad·유목민)’이다. 4차례의 유라시아 대륙횡단 경험을 개인적 차원의 탐험으로 묵히지 않고, ‘공적 요소를 가진 가치’로서 유익하게 쓰일 수 있도록 공유하고자 한다. 그동안 축적한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의 자료를 바탕으로 영화·뮤지컬·발레·게임 등 ‘원 소스 멀티 유스’(One-Source Multi-Use)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히 제 정체성이 있잖아요. ‘탐험가 김현국’의 스토리를 문화 콘텐츠로 가공하는 거죠.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 모바일 콘텐츠… 무궁무진 합니다. 지구촌 시민 누구든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를 활용한 게임과 제페토(Zepeto·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얘기죠.”

어느새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은 나이에 이르렀지만 그는 여전히 20대 청년의 뜨거운 심장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후원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엔 정말 부족하다”면서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는 청년의 꿈과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지켜봐주는 두 눈을 가진 사회의 어른이 되면서 나이 들고 싶다”고 미래의 꿈을 밝힌다.

본래 그는 올해 상반기에 개인자격이 아닌 ‘더 익스플로러스 클럽’ 정회원으로서 모터바이크 대신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이용해 5번째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나서려 준비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지난 2월에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며 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계획을 보류했다. 오는 12월께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에 협약 제의를 해서 재추진할 계획이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김현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