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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벽화, 회색도시에 색을 칠하다] 골목의 역사와 어린시절 추억속으로…
골목 역사와 어린 날 추억으로 상상의 나라 펼쳐진 벽면들
광산구 설화·민담·전래동화 연계
골목마다 다른 재미 ‘꼬브랑 동화마을’
근현대 건축물, 미술관·갤러리…
체험형 역사문화마을 ‘펭귄마을’
금·은 세공공장 있었던 골목
‘금나와라 뚝딱! 도깨비 골목’
2022년 09월 12일(월) 19:00
동화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의 ‘꼬브랑 동화마을’ 벽화.
콘크리트와 철골, 유리로 이뤄진 회색도시는 차갑고 삭막하다. 이러한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고 색을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역성과 조화를 이룬 ‘환경색채 디자인’과 주민 주도의 ‘도시벽화’는 칙칙한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광주·전남 지자체의 색채 마케팅과 양림동·발산마을 등 ‘벽화마을’을 찾아가본다.

#동화책 펼치는 즐거움 ‘송정동 꼬브랑 동화마을’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는 이름도 재미있는 ‘꼬브랑 동화마을’(광산구 상도산길 61)이 존재한다. 1913 송정역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마을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1년 광산구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조성됐다. 스토리텔링을 곁들인 벽화거리로, 단순한 벽화가 아닌 광산구의 고유한 설화와 민담, 전래동화들을 연계해 방문객들에게 한편의 새로운 동화책을 읽는 듯한 경험을 전달한다.

골목마다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옛날 옛적 장난꾸러기 도깨비와 심술 궂고 욕심많은 말괄량이 소녀가 살고 있었단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광산구에서 전해져오는 고유 설화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가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진 ‘도깨비와 심술궂은 소녀’다.

도깨비는 온갖 요술로 마을 사람들을 놀래키며 장난을 쳤고 말괄량이 소녀는 예쁜 미모로 인기가 많았지만 온갖 심한 장난으로 마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로의 소문을 듣고 도깨비와 소녀는 사랑에 빠지고 도깨비는 소녀에게 금은보화를 선물해 금세 부자가 됐다. 부자가 된 소녀는 도깨비가 싫증나서 도깨비가 싫어하는 팥죽 보따리를 메밀묵이라고 속여 도깨비를 숲으로 쫓아버렸다. 도깨비가 두고 간 팥죽보따리를 지나가던 배고픈 호랑이가 발견하고 맛있게 다 먹어버리고 여전히 배고픈 호랑이는 지나가던 떡장수 할머니를 위협하면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해님 달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로 넘어간다. 동화책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다.

“하쿠나 마타타! ‘걱정하지 마라’는 뜻이야!” 또 다른 골목에서는 밀림의 왕 사자가 동화속 주문을 외우고,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거인을 만나는 잭도 만날 수 있다. 이상한 나라로 안내하는 엘리스와 시계를 든 토끼 앞에는 하트 그림의 트럼프 카드의자가 마련돼 있고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지니가 소원을 들어주려는 듯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피터팬과 웬디, 어린왕자, 인어공주 등 세계명작동화 벽화와 조형물도 훌륭한 포토존이 되면서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알록달록 컬러로 마을이 화사해진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
#귀여운 펭귄의 무한 변신 ‘양림동 펭귄마을 벽화’

광주의 대표 명소로 알려진 양림동은 역사문화마을이자 펭귄마을이다. 100여 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근현대 건축물이 남아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펭귄마을이 생긴 이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맛집과 카페거리가 생겨나고, 공예거리와 미술관·갤러리가 늘어나면서 체험형 역사문화마을이 됐다.

펭귄마을의 시작은 작은 텃밭이었다. 오래전 마을의 빈집에 불이나 전소된 후 쓰레기가 쌓이면서 흉물스러운 폐허가 돼버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동네 주민이 앞장서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빈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재배한 농작물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게 됐고 이때 붙여진 이름이 ‘펭귄텃밭’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의 걸음걸이가 펭귄처럼 귀엽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후 이름도 없던 양림동의 작은 마을은 ‘펭귄마을’로 불리면서 지금의 명소가 됐다.

펭귄마을의 최고 볼거리는 골목 벽화다. 펭귄마을답게 곳곳에서 펭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있는 펭귄이 아닌 정크아트로 탄생한 펭귄이 텃밭을 지키고, 담벼락에는 마을을 안내하는 벽화 펭귄도 있다. 아빠펭귄 엄마펭귄 아기펭귄이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는 골목으로 분리수거를 권유하는 펭귄, 커다란 고래 등에 올라앉아 하늘로 올라가는 펭귄, 갓을 쓰고 ‘안 시시(詩詩)한 골목’ 시 한편을 읊어주는 펭귄도 반갑다.

K팝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인 제이홉을 그린 대형벽화도 만날 수 있다. 지난 2020년 제이홉의 생일을 맞아 중국 팬클럽이 제이홉의 고향인 광주의 펭귄마을 담벼락에 제이홉 생일축하 벽화를 선물했다.

동구 충장로 금·은 세공골목에 이야기를 입힌 ‘도깨비 골목’.
#금은방 거리 역사 그려낸 ‘금나와라 뚝딱! 도깨비 골목’

동구 충장로에 도깨비 골목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은 대부분 도깨비 골목 존재를 알고 있다. 충장로 5가와 금남로 5가를 이어주는 좁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금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 골목’이다.

충장로 도깨비 골목은 본래 금·은 세공 골목이다. 1950년대부터 형성된 골목은 처음에는 주택 골목이었다가 이후 여러 여관이 운영됐었다가 다양하게 변화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좁은 골목안에 세탁소, 병원, 악기점, 금·은 세공공장 등 50~60여 곳의 상가가 형성되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1970~80년대 미도상가와 송원빌딩 건물이 들어서면서 전성기를 맞았다가 전남도청 이전과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금·은 세공골목이 쇠락해져 망치소리가 줄고 빈 점포가 늘어나는 침체기를 겪어왔다. 이후 주민들이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2017년 광주비엔날레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응모해 도깨비 골목 아트사업을 추진해 도깨비 골목으로 재탄생시켰다.

금·은 세공공장이 있던 골목이라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금은보화를 만들어내는 도깨비를 연계시켜 도깨비 골목이 탄생했다. 두 사람이 지날 정도의 좁은 골목이 90여 m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도깨비 그림들이 가득이다. 도깨비에게 속아 밤새 도깨비와 씨름을 한 이야기도 그림으로 전달된다. 머리에 뿔을 달고 방망이를 든 도깨비들의 모습이 무섭다기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연인들이 반지로 사랑을 고백하는 ‘고백의 정원’도 찾을 수 있고 도깨비 골목답게 금·은 세공 골목 유래와 도깨비의 유래도 설명돼 있다.

그림꽃과 따뜻한 글귀가 인상적인 동구 동명동 ‘안심귀갓길’ 담장 벽화.
#따뜻한 삶의 온기 채색 ‘동명동’과 ‘청춘발산마을’

젊은이들의 거리인 동구 동명동에도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여유있게 걸으며 다녀야 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동밖에 마실골목’에는 아이를 등에 업고 재봉질하는 어머니와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밥상이 그려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옛 계림극장이 있던 뒷골목길로 들어서면 동명동을 스토리텔링 한 벽화를 마주한다. ‘창수네 콩나물’ ‘수복 간장’ 등 옛 상호나 간판을 그대로 그려내 추억할 수 있도록 했다.

‘안심귀갓길’이라 적혀있는 곳도 담장 벽화거리다. 화단에 꽃이 피어나듯 빨강 노랑 꽃그림이 피어나고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는 예쁜 글귀도 함께한다. 옆집 담장에는 나비와 놀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한다. 노후화 된 집과 오래된 골목길에 색이 입혀지니 보는 사람도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안심하고 거닐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청춘’ ‘내가 부족하면서도 베풀고 살아야 혀. 그것이 내가 살아온 경험으로 보고 느낀 것이여’ ‘세상의 벽은 너무 높고 견고해 무섭기도 해’ ‘어떤 존재로 빛을 낼지 아직은 모르겠어 아니 어쩜 실패할지도 몰라’. 서구 양동 청춘발산마을에는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가 골목골목 벽화에 새겨져 있다.

알록달록 컬러풀한 108계단을 오르면 BTS 광주출신 멤버 제이홉의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양림동 펭귄마을의 벽화처럼 이곳 벽화 역시 중국팬들이 제이홉의 생일을 기념해 직접 그려 선물했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