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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아니라, 희망을 얘기할게요
세월호 참사 8주기 손글씨전
유족·봉사자 등 구술 내용
100여 작품에 담담히 담아
광주여성재단 24일까지
2022년 08월 11일(목) 22:00
‘그날’의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 스물 여섯이 됐을 경빈이 엄마 전인숙씨는 “아이에게 못해 준 것만 자꾸 생각난다”고했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경빈이를 “억울하게 보내지 말아야한다”고 , “나중에 만날 때 창피한 부모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왔다고도 했다. 그녀만이 아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슬픔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이길 바라며 304명 아이들을 기억하는 부모·형제·친구·이웃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기도 하다.

10일 광주여성재단 3층 북카페 은새암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8주기 손글씨전 ‘그날을 쓰다’ 북토크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그날을 함께 기억하며 연대의 마음을 보탰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우산에 적힌 ‘기억과 연대-삼백네송이 꽃들에게’라는 글귀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 현장이기도 했다.

오는 24일까지 광주여성재단 허스토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19년 출간된 ‘4·16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에서 출발했다. ‘304명의 꿈이 빛이 되어 세상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4·16기억저장소’(소장 이지성)가 펴낸 ‘416 그날을 말하다’는 세월호 유족, 세월호관련 사람들 100명을 인터뷰해 100권의 책으로 엮은 전집이다. 구술에 참여한 이들은 참사 이전의 삶, 팽목항과 진도에서의 경험, 자녀에 대한 기억, 참사 이후 개인과 가족이 경험한 삶의 변화와 깨달음 등에 대해 담담히 답했다.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좋은 곳에 갈거니까 겁내지 말라고 사랑한다고.”(주민 엄마 김혜경·황해경 씀)

“힘들고 아플 때 그 때 나를 일으켜주는 게 우리 아이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우리 아이들이 신이다’라는 생각을 해요.”(준영 엄마 임영애·바람 씀)

“사랑하고 보고 싶은 내 딸아 한번만 안아봤으면 따뜻한 밥한끼만 먹여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엄마 잊으면 안돼 알았지? 예진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리워하다 다시 꼭 보자”(정예진 엄마 박유신·김희영 씀)

이번 전시는 100권을 55명의 작가가 읽고 마음을 담아 100작품을 붓으로 써내려간 작품을 만나는 자리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30여년간 신영복체를 연구해온 김성장씨가 이끄는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과 신영복 선생의 사상과 활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조직된 ‘사단법인 더불어숲’ 회원 등이다. 시인이자 서예가인 김성장 소장은 한자의 서체와 현대 감수성을 접목한 ‘한글 민체’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운 서체와 시대 정신을 알리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8주기 손글씨전 ‘그날을 쓰다’전이 오는 24일까지 광주여성재단 허스토리에서 열린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강렬한 손글씨로 보여준다. 글씨의 힘과 글의 힘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주며 글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도 인상적이다.

“야구선수를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더라구요. 야구는 그냥 사회 일반 취미활동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래서 하고 싶은 꿈을 못 하게 막았죠. 살아있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른 어떤 활동들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야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종근이의 그림과 함께 만나는 종근 아빠 안영진씨의 사연은 먹먹하다.

“이번 손글씨 전시에 참여하면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됐어요. 기막힌 사연들이 담긴 글을 읽고 또 글씨를 쓰면서 제 자신도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마음이 담긴 글씨는 힘이 세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잊고 있었던 ‘그날’에 대해 줄곧 떠올리면서 그날의 진실을 찾는 데 작은 힘이라도 되면 좋겠다도 생각했습니다.”

북토크에서 마이크를 잡은 참여작가 배숙씨의 이야기도 울림을 준다.

김성장 소장은 “손글씨가 시대와 소통할 수 있을까? 서체가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까? 자문하며 전시를 기획했다”며 “상처는 상처끼리 보듬어 주며 따뜻해진다는 생각으로 글씨로 상처에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내어준 55명의 작가들과 함께 했다”고 말했다.

‘그날을 쓰다’전은 글씨를 쓴 작가와 구술한 이들을 비롯해 수많은 관람객들의 마음까지 담겨 ‘글씨가 날개를 달고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1일 목포 신항 세월호 기억공간과 안산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 출발해 서울 명동성당, 대전, 옥천, 부산 등을 거쳤으며 앞으로 김해, 전주, 인천 등 전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출판사 걷는사람(대표 김성규)은 작품과 구술 부문을 기획편집해 책 ‘그날을 쓰다’를 펴내 힘을 보탰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