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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나주 모녀사망 아버지 살인혐의 적용, 자녀동반 극단선택 법원 판단
1심 징역 7년, 2심 12년으로
2022년 06월 30일(목) 21:00
조유나양 일가족 시신에서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어린 자녀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희생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조양 일가족 실종 사망 사건과 같이 자녀를 앞세운 가족의 극단적 선택에서 살아남은 보호자에게 일관되게 ‘살인’ 혐의를 인정하며 엄벌하고 있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는 지난 9일 항소심 선고가 이뤄진 ‘나주 모녀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고인 A(49)씨는 2021년 6월 9일~11일 사이 여덟 살짜리 자녀를 베개로 눌러 질식사하게 하고, 아내(47)의 극단적 선택 행위를 보았는데도 말리는 대신 뒤따라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부추긴 혐의(살인, 자살방조)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극은 일가족 3명이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나주 집에서 일어났다. 극단적 선택 배경은 경제적 사유였다.

피고인 A씨는 그러나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제주도 여행은 잘살아 보자는 취지로 갔고, 막걸리와 함께 신경안정제를 다량 복용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엄마랑 아빠는 우리 딸과 같이 마지막을 하고 싶었다”는 내용의 컴퓨터에 남긴 글은 유서가 아니라 일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노재호)는 지난 1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라며 “특히 피고인은 8세에 불과한 어린 딸을 무참히 살해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딸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미처 펼쳐보지도 못한 채 가장 믿었던 아버지 손에 생명을 빼앗겼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지출을 줄여 생계를 꾸려가는 게 가능해 보인다는 점에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부가 죽은 뒤 어린 딸만 홀로 남겨 고아로 힘들게 살게하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딸을 살해한 것 역시 ‘자녀의 생사를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 오만하고, 그릇된 판단’이다”고 했다.

피고인과 검사 양측이 모두 항소했고 지난 9일 항소심 선고가 이뤄졌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철)는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 “어린 딸은 자신의 삶을 채 펴보지 못하고 사망했고, 범행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에 아내와 공모해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이나 참작할 사유가 없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형호 기자 kh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