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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염전노예’ 또 국제사회 이슈로
인권·노동착취 계속 제기…주한미국대사관, 전남도에 인권간담회 요청
천일염 주요 수입국 미국 인권보고서 지적 땐 국제적 망신·수출 지장
전남경찰청도 개선 방안 간담회…민변·노동단체 근본대책 마련 촉구
2022년 01월 26일(수) 22:00
염전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또 한 번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특히 미국 정부가 공정 무역을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 자국 수입품목인 신안 천일염 생산 과정에서 빚어진 인권 침해 사건을 파악해 인권보고서에 담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남도와 신안군에 초비상이 걸렸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자국에 제출할 인신매매보고서·인권보고서 등에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언급하게 될 경우 자칫 전남도 생산 농·수산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미국대사관, “염전 노동력 착취 간담회 열어달라” 요청=26일 전남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다음달 3일께 신안 염전 노동력 착취 실태와 관련한 인권 간담회를 개최할 것을 전남도에 공식 요청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전남도로 메일을 보내 “관련기관들과 염전종사자들에 대한 인권 간담회를 갖고 싶다”고 요청했다는 게 전남도 설명이다.

미국대사관측의 공식 입장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남도 안팎에서는 자국 수입 품목 중 하나인 신안 천일염에 대한 공정무역 보고서 작성과 관련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공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치렀는지, 인권 침해 사례 등은 없었는지, 환경 파괴는 하지 않았는지 등을 고민해보자는 공정무역(Fair Trade)을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때는 공정무역으로 생산되지 않은 수산물을 밥상에서 없애겠다며 관세법 개정안도 마련했었다.

신안천일염은 지난 2009년부터 미국 수출 길에 올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만 197t의 천일염이 미국인 식탁에 올랐다.

이 때문에 자칫 미국대사관의 인신매매보고서·인권보고서 등에 천일염 생산 과정의 인권 침해 사례 등이 언급될 경우 천일염 수출 뿐 아니라 전남지역 생산 농수산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 위원회에서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인권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신장 위구르 사태가 터진 것은 사실이고 최근 관련 입법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규제는 한국에 직접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와 같은 공정무역 경향이 앞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산업계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구적 노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경찰청은 이 같은 점을 감안, 27일 고용노동청, 전남도 등과 ‘염전노예 착취 해결 위한 간담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한편, 인권 침해 사례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남도도 바로 다음날인 28일 오후 장애인인권단체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법조계·시민단체들, “안일한 대응도 한몫”=정부, 전남도, 신안군 경찰 등 관련기관들의 안일한 대응이 끊이질 않는 노동력·인권 착취 실태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해양수산부가 ‘소금산업진흥법’에 정기적으로 ▲염전 현황 및 환경에 관한 사항 ▲염전 인력 및 인력 수급에 관한 사항 등을 실태 조사에 반영토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제때 치밀하게 조사, 업주와 노동자 간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개선 등으로 반영했다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방치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지난해 10월 28일 박영근(54)씨는 신안군 한 염전에서 7년 동안 임금체불과 감금을 겪었다고 폭로했다. 지난 2014년 경찰이 신안군 외딴 섬 염전에서 40대 장애인들이 수년간 노예처럼 혹사당하다 극적으로 구출된 이른바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이후 발생한 유사 사건으로, ‘제 2의 염전 노예 사건’으로도 불렸다.

신안군이 2014년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조례도 제정했고 경찰도 당시 ‘도서 인권보호 특별수사대’를 설치한 점을 감안하면 형식적인 조치로 잇따르는 인권 침해 사례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5일 전남노동권익센터와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염전주 가족은 2014년에도 같은 범죄로 처벌을 받았지만 전남도는 실질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7년간 전남도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민변 등이 ‘염전 장애인 노동력 착취 추가 고소·고발 및 전남도의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한 이유다.

경찰은 ‘제 2의 염전 노예사건’의 업주(49)를 지난해 12월 구속해 재판에 넘긴진 상태다.

전남경찰청은 이 때 10주 일정으로 노동청, 장애인단체 등과 전남지역 염전 912곳에 대한 전수 점검을 2차례 진행, 38건 의심 사례를 적발했고 이 중 5건을 전남경찰청(2건)과 목포경찰(3건)에서 수사중이다. 노동청에서도 임금 체불과 관련 5건의 조사를 하고 있다. 장애 등급 의심 노동자에 대한 면담도 28건 연계해 진행 했다.

노동단체 관계자는 “염전주들은 지적장애가 있는 취약한 상황을 이용, 노동력을 착취했다”면서 “전남도와 신안군을 포함한 정부는 인신매매범죄 근절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