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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관리, 교통안전을 생각할 때다-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2021년 12월 08일(수) 00:00
재작년 대전광역시는 유성대로 일부 구간에 심어진 가로수 150여 그루를 일제히 제거했다. 이 구간은 2000년 왕복 4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됐는데 당시 도로변에 멋지게 자라있던 버즘나무를 제거하지 말아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많은 시민들의 염원으로 살아남은 버즘나무는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됐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이 구간에서만 9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63명이 다쳤다.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 가로수들이 갑자기 나타나 운전자들이 역주행을 하는 등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가로수로 인한 고속도로 역주행 사례도 방송에서 종종 보도된다. 특히 고속도로 역주행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역주행은 주로 운전자가 진출입로를 착각하고 잘못 진입해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속도로 진출입로 앞에 진입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가로수나 잡목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는 날이나 야간에는 더욱 그렇다.

잘 관리된 가로수는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해 국민의 정서 함양에 기여한다. 미세먼지 저감, 폭염 완화 등 주변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크다. 가로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가지 치기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 관리의 목적은 가로수의 건강한 생육 환경 조성, 보행자 불편 해소도 있지만 무엇보다 각종 도로 표지판 가림, 전선 및 통신시설물 접촉 등 가로수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특히 가로수는 생육이 활발한 여름철에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교통 약자가 다수 이동하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마을 보호구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가로수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관할 경찰서 간 협력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교통안전을 고려한 가로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권익위가 나섰다. 국민권익위, 경찰청,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수목 정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도로 주변에 식재된 가로수가 속도 제한, 진입 금지 등 중요한 안전 표지를 가린 사례를 파악해 일괄 정비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전라남도가 시범적으로 사업을 실시한다. 전남경찰청(21개 경찰서), 전라남도(22개 시·군)와 협업해 12월까지 전라남도 관내 주요 안전표지를 가리는 가로수 390여 곳을 우선 정비할 계획이다.

국민권익위가 사업을 총괄·점검하고 전남경찰청이 사고 다발 지점, 어린이 노인보호구역 등을 중심으로 제한 속도, 통행금지, 주차금지 표지 등을 가리는 가로수를 전수 조사한다. 전라남도는 조사 결과를 받아 시군과 함께 가로수를 순차적으로 정비한다.

또 가로수의 순기능도 고려해 가로수가 꼭 필요한 경우 교통안전 표지를 잘 보이는 곳으로 이설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국민권익위는 지역 경찰서와 지방자치단체 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가로수를 식재하거나 안전 표지판을 설치할 때부터 기관 간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국민권익위는 전라남도를 시작으로 내년에 전국 16개 시도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도시 경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안전일 것이다.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수목 정비 사업’으로 교통안전을 확보해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