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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5·18 가로수 길’ 우리가 지키자-나도팔 전남자연사랑연합 이사장
2021년 09월 16일(목) 06:00
지난달 광주일보에서 담양군 소재 5·18 가로수와 관련해 ‘군부독재 시절 이름도 제대로 못 불러, 40년간 지역민들도 존재 잘 몰라’라는 뜻밖의 기사를 접했다. 내용은 5월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5·18 가로수 길’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5·18 가로수가 잊혀진 채 우리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뜻깊은 가로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5·18 가로수 길의 역사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국제청소년교육재단 30년사를 보면 1981년 우리 지역 선각자들과 전국의 시도 교육감들이 주축이 돼 학생과 교직원들이 성금을 모으고, 뜻 있는 독지가(고 홍승민 박사, 최상옥 ㈜남화토건 회장)들의 도움을 받아 ‘전남청소년육성회’를 설립하고 이듬해 담양군 수북면 병풍산 자락에 성암야영장(현 성암국제수련원)을 개원했다.

전남청소년육성회는 5·18 당시 희생당한 학생들을 기리고 그때의 아픔을 잊지 말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고 일어서야 한다는 뜻을 담아 수북면 입구에서 성암야영장을 잇는 도로 양쪽에 가로수 길을 조성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길 양편에 심어진 가로수의 종류가 18종이어서 5·18을 연상시킨다.

40년이 흐른 지금, 일명 5·18 가로수는 아름드리 수목으로 성장해 명품 가로수 길로 변모했고 살아있는 교육 현장으로 훌륭한 관광자원이 됐다. 봄이면 벚꽃과 목련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플라타너스와 메타세쿼이아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이면 캐나다단풍이 빨갛게 물들며, 겨울이면 히말라야시다와 측백나무가 푸름을 만들어 낸다. 해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8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이 가로수 길을 오가면서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름다운 가로수가 사람들의 손에 의해 훼손되고 보호받지 못하면서 그 명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논두렁을 태우면서 부주의로 가로수에 불을 붙기도 하고, 자전거 도로 등 각종 시설 공사를 하면서 가로수를 무참히 베어 내기도 했다. 또한 공기업인 한국전력도 가로수 바로 옆에 전신주를 세워 가로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산사태로 유실된 하천 복구 공사를 하면서는 가로수가 들어설 자리를 아예 아스콘으로 포장해 버렸다.

5·18 가로수 길이 이 지경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현실이 부끄럽고 한심할 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광주시와 전남도, 공공기관 등은 아예 관심도 없고, 5·18 단체는 5·18 가로수 길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지역에 5·18 유적지가 많아 5·18 가로수 길 정도는 가볍게 생각해서 이렇게 관리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5·18 가로수 길을 만든 선각자들의 숭고한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안다면 도저히 이렇게 관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군부독재 시절 이름도 부르지 못하고 숨겨져 있었던 5·18 가로수 길의 존재가 40년 만에 드러났음에도 이를 널리 알려서,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주체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면 이제는 우리 시민이 직접 나서야 할 차례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 지켜 내고 관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죽어가는 가로수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를 말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잊어버리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일까.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5·18 가로수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오늘을 사는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5·18 단체, 성암국제수련원, 전남도 등 관계 당국은 역사적 의미가 담긴 5·18 가로수 길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알림판 등을 세우고 일시적인 복구가 아닌 항구적인 원상 복구 계획을 수립해 5·18 정신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