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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신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한 공기의 사랑’”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과한 사랑은 상대에게 부담, 부족하면 메마르게 해”
“자신부터 아낄 줄 알아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어”
2021년 09월 09일(목) 01:00
철학자 강신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두 공기, 세 공기가 아닌 ‘한 공기의 사랑’입니다. 상대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한 공기의 밥 만큼만 사랑해야 해요. 두 공기, 세 공기의 사랑을 주는 것은 상대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기 때문이죠.”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2학기 첫 강연이 지난 7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온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강사로 나서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을 주제로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한 공기의 사랑’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일체개고(一切皆苦)’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안다면, 우리는 상대의 고통을 경감시켜주려는 마음을 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강 박사는 “과한 사랑은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고 부족한 사랑은 상대를 메마르게 한다”며 나와 상대방 모두가 기분좋게 배부를 수 있는 적당한 ‘한 공기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편이든 부인이든 자식이든 사랑하는 사람이 배고파 하면 한 공기의 밥을 주면 돼요. 이 한공기의 밥을 먹으면 배고픔이 충분히 해소됩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두 공기, 세 공기, 아니 한 가마니의 밥을 먹이려 한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은 배고픔의 고통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배부름의 고통을 느끼게 되죠.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공기만큼의 사랑이 필요할 때 우리는 딱 그 만큼을 채워주는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강신주 박사가 지난 7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2학기 첫 강연 강사로 나섰다.
그는 또 “사랑한다”는 말이 익숙한 시대지만 사랑은 우리를 자꾸만 공허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하며 ‘애(愛)’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아낌’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누군가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 다시 말해 ‘아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강 박사는 “사랑한다는 건 뭔가를 아낀다는 것으로 애지중지(愛之重之)하고 나아가서는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것”이라며 “나 자신부터 아끼고 다른 사람도 아껴야 사랑하며 잘 살아갈 수 있다. 아낄 때 사랑이 나온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랑’이라는 말이 쓰인지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며 기독교 성경이 번역되면서 ‘사랑한다’는 말이 통용됐다고 설명했다.

시골에 가면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 대신 ‘아낀다’는 말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낀다’는 것은 ‘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편하려고 만나는 사람은 ‘사랑’하는게 아니예요. 내가 상대방을 아껴야 나도 상대방에게 아낌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겁니다. 지금 남편들 결혼할 때 아내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힌다고 맹세하지만 시간 지나고 보면 아내들 다 주부습진에 걸렸어요.(웃음) 아내를 진정으로 아끼지 않는 거죠.”

강 박사는 또 나이가 들어 병원에 입원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부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엄마가 휠체어 타고 있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어요. 그 때되면 내가 엄마를 아꼈는지 확인이 되는거죠. 평소에 용돈 몇푼 주고 이것저것 해달라고 부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해요. 자식과 부모, 아내,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무겁게(소중하게) 여기고 가볍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한편 제9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2학기 과정은 이날 개강강연을 시작으로, 이문수 신부의 ‘열혈사제’, 개그맨 겸 사업가 고명환의 ‘책 읽고 매출의 신(神) 되다’, 건축가 김주원의 ‘삶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간’, 국가대표 안산의 ‘올림픽 양궁 사상 최초 3관왕’ 등의 강의를 이어간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