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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김재식 광주시 도시계획과장
2021년 09월 08일(수) 01:00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손꼽히는 도시는 고정불변하지 않았다. 역사가 말해 주듯 도시는 주체적으로 변화를 이끌었으나 그 변화의 너머를 읽어 내지 못한 도시는 쇠퇴하기도 했다. 미국 디트로이트는 한때 자동차 산업으로 미국 북부 지역에서 가장 풍요한 도시였지만 산업구조 변화와 경쟁력 약화로 쇠락했다. 하지만 도시 재생을 통해 극적으로 부활했다. 스웨덴의 조선도시 말뫼도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내리막을 걸었으나 구성원의 총의를 모아 위기를 헤쳐 나왔다. 말뫼의 코쿰스 공장 건물은 지금 스타트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터(Media Evolution City)로 환골탈태했다. 이들 도시의 사례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도시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과 과감한 결단이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이다.

광주는 지금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동시에 창출해야 하는 시점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상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완성차 생산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은 광주의 미래 비전을 앞당긴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 초기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GGM’은 이제 현실이자 대한민국 자치단체의 선도 모델이 됐다.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광주는 수십 년간 고착된 수도권 쏠림과 집중 현상으로 고전해 오고 있다. 최근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인구 구조 변화 대응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수준으로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면 30년 후에는 부산과 대구 등 13개 광역시·도의 인구가 2017년 대비 총 500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럼에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방 소멸’ 현상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경제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의 하나다. 영국의 역사학자 벤 윌슨(Ben Wilson)은 저서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날 세계 경제는 몇몇 도시와 도시권에 치우쳐 있다. 2025년이면 총 6억 명(세계 인구의 7퍼센트)의 인구를 지닌 440개 도시들이 전 세계 국내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 오늘날의 여러 현대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분열은 세대나 인종, 계급, 도농 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와 나머지 지역 즉 세계화된 지식 경제에서 뒤쳐진 촌락, 교외, 소도시들 간에 일어난다.” 섬뜩한 진단이지만 실제 심각한 수도권 쏠림과 그 폐해를 겪고 있는 광주로서는 당면한 과제이자 현실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상무지구 일대 ‘도심 융합 특구’ 선도 사업지에 2025년까지 삶과 일, 여가가 연계된 복합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도시나 기존 산업단지가 도심 외곽에 위치한 탓에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문화, 여가 생활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면에 착안하여 광주시에서 가장 ‘핫’한 상무지구를 택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의 욕구를 반영하여 지역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대신 기업이 인재를 찾아 지역으로 모이는 모습을 그려본다면 때이른 생각일까. 하지만 GGM이 현실이 되었듯이 수도권과 경쟁하는 도심 융합 특구 또한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미래 성장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새로운 혁신 일자리 1만 개를 창출하고 최근의 생활 의식 및 행태를 반영한 맞춤형 정주 환경을 조성한다면 말이다. 여기에다 미래를 대비하는 스마트 그린 환경 조성, 도전이 일상화되는 혁신 거점을 조성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혁신 창업 융복합 공간에는 혁신형 기업의 미래기술 선도공간, 수도권 선도기업 이전 및 창업 성공 기업 등 앵커 기업 입지 공간, 선후배 기업의 멘토링·컨설팅·기술트렌드·오픈 아카데미 공유 공간 등이 들어서게 된다. 도심 융합 특구 사업은 삶과 일, 여가, 배움이 어우러진 복합 타운의 특성상 주거·문화·의료·복지 등 핵심 기업과 인재들이 요구하는 인프라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가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광주 도심 융합 특구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