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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프레디 머큐리 오페라에서 영감 얻다
조현영의 클래식 영화를 만나다 <9>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제의 ‘카르멘’
세계 최고 4인조 록그룹 ‘퀸’ 실화
히트곡 행진 2시간 콘서트 보는 듯
니체가 심취했던 작곡가 비제 음악
‘하바네라’‘투우사의 노래’ 등 명곡
2021년 09월 01일(수) 00:45
조르쥬 비제
‘예술가는 사슬에 묶여 춤추는 자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했던 말이다.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보지 않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은 것으로 예술은 시작된다. 니체는 고전 문헌에 뛰어난 실력을 보였던 천재 철학가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통해 삶 속에서 춤추기를 권했다. 사슬에 묶여 있지만 항상 자신의 춤을 추라고 했던 니체를 읽다 보면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떠오른다.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는 진정 자신만의 춤을 췄던 예술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런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책들이 여러 권 있지만 영화를 통해 듣고 보는 그의 삶은 특별하다. 프레디 역할을 맡은 배우 라미 말렉은 진짜 프레디의 환생처럼 연기하며 노래했다. 툭 튀어나온 앞이빨과 프레디 특유의 춤 그리고 무대 위의 제스처까지 영화라기보다는 2시간짜리 콘서트를 본 기분이어서 오래간만에 몰입해서 봤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장면
영화는 프레디의 일생을 다룬다. 그는 동아프리카 섬인 잔지바르에서 태어나서 인도로 피신해 정착한 조로아스터교도의 후손이다.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다가 우연히 보컬을 구하는 밴드에 들어가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떨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었던 프레디는 무려 6분이나 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작곡한다. 그는 밴드의 유명세를 타며 인기가 고공행진 하지만 솔로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많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마지막엔 다시 밴드로 돌아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열창하는데, 무대를 뒤흔들었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프레디 머큐리라는 개인보다 퀸의 프레디가 진정 그가 있어야 할 자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디는 에이즈로 사망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면서 인정하기로 한다. 부모의 지나친 엄격함과 율법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자주 나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음악 안에서는 진정 자유로웠다. 프레디는 죽는 순간까지 음악을 사랑했고, 숨을 쉬는 동안에는 계속 노래를 하고 싶어 한 열정적이고 마음이 여린 천재 음악가였다.

영화 속에서 그는 오페라를 자주 듣는다. 오페라를 사랑했기에 스페인의 오페라 가수 몽세라 카바예와 함께 ‘바르셀로나’라는 앨범도 작업했다. 오페라를 들으며 자신의 마음을 달랬고, 오페라 속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마음을 노래했다. 영화에서는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카르멘’과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와 ‘나비부인’의 아리아가 흐른다. 프레디는 친구에게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들려주며 최고의 음악을 만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음악을 만들었고,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A Night at the opera’라는 앨범은 단 3개월 만에 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낳은 흥행 앨범이 되었다.

항상 춤을 추라고 했던 니체는 처음엔 바그너의 음악을 열렬히 추종하다가 신을 버리고 인간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그린 비제의 ‘카르멘’으로 음악적 취향을 바꾼다. 니체는 신의 구원이 아닌 인간의 구원을 주장했고, 인간을 더 깊이 연구하며 죠르쥬 비제(1838 ~1875·프랑스)의 음악에 심취한다. 대부분의 오페라가 그렇듯 ‘카르멘’ 역시 원작은 소설인데, 비제가 화려한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멋진 옷을 입혔다. 사랑을 믿지 않은 여인의 진짜 사랑 이야기가 이 오페라의 줄거리다.

요부 카르멘이 순진한 호세를 유혹할 때 부르는 ‘하바네라’. 그녀는 자유분방하게 ‘하바네라’를 부르지만 사실은 현실의 사슬에 단단히 묶여 있다. 비제 역시 오페라 초연의 흥행실패로 괴로워하다 석 달 만에 죽는다. 모두들 현실의 사슬 앞에 비극을 맞이했다. 현실의 사슬이 꽉 죄어 올수록 자유롭고 싶은 욕망은 커 간다.

비제는 주로 오페라를 많이 작곡했는데 그의 음악은 한 번 들으면 멜로디가 귀에 콕 박히는 강한 흡인력이 있다. 비제는 귀족들의 삶이 아닌 하층민들의 실상을 보여주면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실주의라고 불리는 베리스모 오페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페라 ‘카르멘’의 배경은 1820년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주도 세비야다. 순진한 청년 호세 그리고 유혹하는 정열의 여인 카르멘, 호세를 사랑하는 시골에서 온 약혼녀 미카엘라, 카르멘이 반하게 되는 투우사 에스카미요, 이렇게 4명이 주인공인데, 내용은 간단하다.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은 자기에게 무관심한 호세를 유혹한다. 처음엔 관심 없는 듯하다가 결국 유혹에 넘어간 호세는 여공들과 싸움을 하다가 교도소에 들어온 카르멘을 도망치게 도와준다. 결국 호세는 죄수를 놓친 혐의로 감옥에 가고, 풀려나자마자 호세는 카르멘이 있는 술집을 찾아가 사랑을 호소한다. 착하고 순진한 호세는 그곳에서 우연히 상관과 싸움을 하게 돼 귀대를 포기하고, 밀수업에 가담한 카르멘을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카르멘은 호세에게 싫증을 느끼고 세비야의 유명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새 연인으로 맞아 투우장으로 향한다. 투우장에 모습을 드러낸 돈 호세는 다시 돌아오라고 애걸하지만 카르멘은 그 말을 무시하며 자신을 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그 말에 격분한 호세는 카르멘을 찌르고 쓰러진 여인의 시신 위에 몸을 던져 통곡한다.

모르고 들으면 밝고 경쾌한 오페라인 것 같지만 내용은 비극이다.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이 오페라는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이었고 보통 오페라의 주연을 고음역을 내는 소프라노가 맡는 대신 메조소프라노가 맡았다.

뭐니 뭐니 해도 카르멘의 시그니처 음악은 그녀가 1막에서 부르는 ‘하바네라’다. 한국어 표기는 ‘하바네라’라고 하는데 스페인어로는 ‘아바네라’가 정확한 발음이다. ‘하바네라’는 원래 1800년 전후 쿠바의 아바나에서 발생하고 유행한 무곡인데 리듬이 아주 독특하다. 탱고와 공통 운율을 지닌 2박자의 리듬 하바네라고, 여기에 셋잇단음이 자주 추가되는데 두 가지가 결합되어 묘한 느낌을 준다. 음악을 듣다 보면 교태를 부리며 당당하게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카르멘이 연상된다. 사랑은 자유로운 새와 같다며 새장에 자기를 가두지 말라고,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순순히 사랑에 빠지진 않는다고, 남자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당당하기도 그지없다. 카르멘은 원체 정열적이기도 하지만 한 남자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유를 꿈꾸는 집시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카르멘의 ‘하바네라’는 역시 마리아 칼라스의 음성으로 들어보는 것이 좋다. 칼라스는 오페라 주인공 카르멘처럼 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평범하길 원했던 순수 영혼이다. 이 시대 최고의 정열 아이콘, 최고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하바네라’를 감상해보자.

/조현영 피아니스트·아트 앤 소울 대표

추천음반

▲마리아 칼라스=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의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소화했던 마리아 칼라스는 그리스 이민자의 딸로 뉴욕에서 태어났다.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모습이길 원했던 그녀는 혹독한 다이어트를 통해 모습을 갖추고, 카리스마를 갖춘 오페라 프리마돈나로 재탄생한다.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했던 그녀의 음성은 드라마틱한 사생활과 더불어 듣는 이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이 음반은 1964년 발표되었던 조르쥬 프레트르와 파리 국립 오페라, 그리고 니콜라이 게다 등이 함께 한 ‘카르멘’으로 2014년 LP로 재탄생했다. LP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운 이는 CD 대신 이 음반으로 그 향수를 달랠 수 있다.

▲‘A Night at the Opera’=영국의 EMI 레코드와 미국의 엘렉트라 레코드가 1975년 11월에 출시한 퀸의 네 번째 스튜디오 음반이다. 이 음반은 발매 당시 녹음된 음반 중 가장 비싼 음반이었다. 퀸의 명곡인 ‘Love of My Life’와 ‘Bohemian Rhapsody’ 가 함께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