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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가장 치사한 집단-이병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2021년 08월 25일(수) 05:00
이병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가족은 가장 치사한 집단이다.” 세대 간의 소통을 위한 포럼 중에 나온 이야기이다. 한 발표자가 자신이 수행한 독서 모임에서 ‘가족에 대한 정의’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MZ 세대의 한 회원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가장 상처를 많이 주더라는 것. 여러 내용 중 이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주 솔직하고 우리 시대의 단면을 잘 나타내 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냥 지나치기엔 걸리는 것이 많은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보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요새 것들’은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데 나는 차마 저런 말을 못했기 때문일까? 가족이라는 집단이 치사하게 여겨진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얼마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업무 차 방문한 회사에서 점식 식사를 하던 중 20대 인턴 직원이 말한 내용이다. 미국 유학 중 잠시 귀국하여 시간제 인턴을 하고 있는데 아빠가 자신을 놔주지 않는다며 불만 섞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어서 독립하고 싶지만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사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역시 ‘치사하다’는 것이다. MZ 세대는 이런 걸 치사하다고 하는구나. 정말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를 줄여 이르는 말)다운 생각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복세편살’은 정말 멋진 말이다. 그거 원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마싸’도 좋다. 마싸는 마이싸이더(My Sider)의 줄임말로 나만의 기준에 따라 확고한 삶을 사는 것을 지칭한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서 가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자신의 힘으로 한다면 더욱 그렇다.

정녕 가족이란 무엇일까? 21세기에 가족이라는 집단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일찍이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를 통해서 변화의 속도가 빠른 집단을 선정한 바 있는데, 첫 번째가 기업이고, 두 번째가 기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세 번째가 가족이었다. 가족이 이렇게 변화의 속도가 빠른 집단으로 대두될 지는 앨빈 토플러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1인 가구 증가 속도를 보면 가족에 대한 관점, 형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듯하다.

그럼 가족은 어떤 형태로 변할까? 영화나 드라마에 비치는 가족 이야기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전문가에 의하면 “미국에서 성공적이고 장기 방영된 TV 시리즈는 모두 가족에 관한 것들”이라고 한다. 여전히 “가족은 소우주”라는 것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의아했다. 지금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더구나 개인주의 사상이 팽배한 미국 사회에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족의 개념은 좀 다르다. “가족은 소우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존재 방식이 다르다. 꼭 혈연이 아니라도 가족 같은 관계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프렌즈(Friends) 시리즈는 가족 같은 친구들 이야기이고, 영국과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더 오피스(The Office) 역시 가족 같은 회사 동료들 이야기라는 것이다.

진짜 가족 관계보다는 가족 아닌 가족 같은 관계를 더 좋아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은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 사회인데 미국처럼 저렇게 변할까? 최근의 변화 추이를 보면 한국이라고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1인 가구의 증가와 MZ 세대가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을 봤을 때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가족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