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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계절
2021년 04월 16일(금) 06:00
긴 겨울 끝에 찾아온 파릇파릇한 봄. 아파트 화단에서부터 놀이터나 근린공원에 이르기까지 온통 붉은 철쭉이 피어났다. 온 산도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녹음의 계절이 오고 있다.

산책을 이야기할 때면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이 있으니 칸트다. 칸트는 평생 쾨니히스베르크에서만 살면서 점심 후 오후 3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산책을 했다. 어찌나 시간이 정확했던지 마을 사람들은 칸트의 산책 시간에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마저 있다. 평생 산책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지만 빼먹은 적도 없지는 않았다. 1762년 그가 평소 존경했던 루소가 내놓은 에밀을 읽다 시간 가는 줄 몰랐을 때, 그리고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때 등 단 두 번이다.

기원전 5세기 전후에 살았던 동서양의 대표적인 철인인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당시 평균수명이 20~30세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72세까지 살았다. 그것도 소크라테스의 경우는 독배를 마시고 유명을 달리 했으니, 정상적이었다면 더 오래 살았을 것이다. 그들은 평생 건강 습관으로 걷기를 실천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걸어 다니면서 생각하기를 즐겨했다. 나무 사이를 소요(逍遙·자유롭게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하며 제자를 가르치기도 했다. 소요학파라는 이름도 그래서 생겼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산책에 나선다고 한다.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와는 15년간 거의 매일 함께 산책을 했다. 매일 산책하는 것을 본 직원들이 이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자이브’(Jives)라고 부를 정도였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도 잡스에게 영감을 받은 탓인지 산책을 즐긴다. 직원 채용 시에는 후보자와 숲길을 걸으며 ‘산책 면접’을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함께 걸으면서 상대의 인성과 장단점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산책의 계절이다. 산책을 하면 심장과 폐가 튼튼해지고 근력도 강화된다. 더불어 우울감이 해소되고 인지능력도 향상된다. 산책의 가장 좋은 점은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일단 운동화를 신고 나서기만 하면 된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