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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체육 시대에도 여전한 ‘완장’
체육회 민주적 개편 있어야
폭력사태 지자체와 갈등 탓
2020년 11월 11일(수) 00:00
윤 영 기 체육부장
강진군 체육회장이 공무원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보성군 체육회장이 공무원에 대한 폭언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강진·보성 체육회 사태는 본질적으로 체육계의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드러난 외피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저 ‘완장 찼다고 갑질하는 체육회장 개인의 행태’쯤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바로 자치단체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지역에서 일어난 사태는 자치단체와 체육회와의 갈등에서 출발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강진체육회장은 군수와 만찬 일정을 잡으면서 자신과 조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성체육회장도 군에서 지원을 약속한 예산 지원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일탈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물론 당사자나 체육계의 반성이 먼저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치단체는 아무 잘못이 없는 걸까. 과연 자치단체는 민선시대를 맞은 체육단체장과의 건전한 협력 방안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까.

올해 민선 시대가 도래하면서 덩달아 체육회장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자치단체장 입맛에 따라 시군 체육회장을 앉히고 체육회 운영을 좌우하던 시절의 체육회장이 아니다. 이는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것이며, 이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체육인들의 선거로 뽑힌 선출직 단체장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인정해야 하는 한 축은 자치단체다. 이제 서로 달라진 위상과 존재, 각기 몫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민선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체육회에 예산을 지원하는 자치단체는 여전히 ‘갑’이다. 체육회가 구조적으로 자치단체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아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치단체가 여전히 “재정을 틀어쥐면 체육단체를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든다. 강진과 보성 사태의 교훈은 새 시대에 걸맞은 체육회와 자치단체 간 위상 정립의 필요성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자치단체와 체육회 간 반목과 갈등은 언제든 또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최근 김재무 전남체육회장이 강진·보성 사태에 대해 사과했는데, 김 회장의 사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시군 체육회마다 독립된 단체로 책임과 권한이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보면 사리에 맞지 않다. 그의 사과는 ‘이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행동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면 도 체육회장이 아니라, 사태의 당사자여야 맞다. 구청장이 물의를 일으켰다고 시장이 사과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파심이지만 도 체육회장의 사과와 대처 방안을 보면서 도체육회가 시·군체육회까지 거느리던 옛 관선 시절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광역체육회가 시·군·구 체육회를 통제하려는 퇴행적 발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체육회 윗선에서부터 비민주적인 행태를 찾아 근절하는 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일 것이다.

광주시·전남도 체육회는 전적으로 단체장 중심 체제다. 어찌 보면 독선과 독재가 가능한 체제다. 체육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 구성은 단체장의 전권이다. 선수·지도자에 대한 자격 심사나 포상은 물론 징계권까지 쥐고 있는 스포츠공정위도 마찬가지다. 실제 시도체육회는 규약(규정)에 ‘부회장 및 이사는 회장이 추천한 자 중에서 총회에서 선임한다. 다만 총회의 의결로 선임 권한을 회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회장 입맛에 맞지 않는, 쓴소리나 할 사람들을 선임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찾는 것은 연목구어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당연직 체육회장이던 시도지사가 빠져 나가고 민선시대가 됐지만, 그 운용 행태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혈세 수백억 원이 지원되는 체육회가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시군 체육회장이 ‘사고’를 쳐도 현재 구조상으로는 징계하거나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단체장 멋대로 체육회를 운영해도 견제할 제동이나 안전장치가 없기는 시도 체육회도 마찬가지다. 체육계에 더 정교한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