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계림수필 : 달걀은 덤…쏠쏠한 닭 키우는 재미
![]() 피카소 작 ‘암탉과 병아리’ |
드디어 우리 닭이 알을 낳았다. 딸아이가 인공부화기로 부화시킨 토종닭 병아리를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다며 손바닥만 한 마당이 있는 우리 집으로 보내온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예기치 않게 닭장을 짓고 닭을 치기 시작했는데 모이와 물을 닭장 안으로 들이밀 때마다 병아리들과 눈을 맞추게 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때마다 “아아 앞으로는 후라이드 치킨과 삼계탕은 못 먹을 것 같구나!”하고 생각했다. 우리 집 닭과 치맥의 닭은 다르다는 야릇한 논리로 그 다짐은 한 번도 지켜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6개월이 흘러 그 닭이 며칠 전 알을 낳기 시작하더니 매일 한 알씩 규칙적으로 둥지에 알을 낳곤 한다. 닭이 커가면서 더해지는 깃털 빛깔의 아름다움과 닭 볏의 붉은 색이 뿜는 위엄에 감탄했는데 이제는 달걀까지 더해서 나의 닭 이야기는 자꾸 풍성해지는 것 같다.
피카소의 ‘암탉과 병아리’(1936년 작)는 뷔퐁의 ‘박물지’에 실린 삽화의 도판으로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고 보송보송한 병아리들이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피카소도 병아리를 키워보았을까?
현대미술운동의 선구자인 피카소의 입체주의 회화에 익숙한 사람에겐 더 이상 잘 그릴 수 없을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이 어쩌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일찍이 피카소는 “나는 12살의 나이에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렸다” 고 자부한 바 있을 만큼 탁월한 묘사력을 과시했다. 피카소는 어미 닭이 병아리를 따뜻하게 돌보는 모성 가득한 이 그림이 닭의 모습을 단순히 재현해 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공격적이고 뻔뻔스럽게 보이도록 수탉을 풍자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닭을 키우다보니 새삼 닭에 관한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림 뿐 아니라 최근에는 닭을 키우면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일기처럼 철학적 사유의 글을 쓴 도올 김용옥의 ‘계림 수필-봉혜처럼 살리라’도 열독하게 된다. 닭을 키우면서 달걀 속 생명을 생각해서 달걀 프라이도 먹지 못한다는 이 시대 최고 지성은 역시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
예기치 않게 닭장을 짓고 닭을 치기 시작했는데 모이와 물을 닭장 안으로 들이밀 때마다 병아리들과 눈을 맞추게 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때마다 “아아 앞으로는 후라이드 치킨과 삼계탕은 못 먹을 것 같구나!”하고 생각했다. 우리 집 닭과 치맥의 닭은 다르다는 야릇한 논리로 그 다짐은 한 번도 지켜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피카소의 ‘암탉과 병아리’(1936년 작)는 뷔퐁의 ‘박물지’에 실린 삽화의 도판으로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고 보송보송한 병아리들이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피카소도 병아리를 키워보았을까?
닭을 키우다보니 새삼 닭에 관한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림 뿐 아니라 최근에는 닭을 키우면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일기처럼 철학적 사유의 글을 쓴 도올 김용옥의 ‘계림 수필-봉혜처럼 살리라’도 열독하게 된다. 닭을 키우면서 달걀 속 생명을 생각해서 달걀 프라이도 먹지 못한다는 이 시대 최고 지성은 역시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