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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시대, ‘우리’ 음악
2020년 08월 10일(월) 00:00
[최 유 준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
매년 7월이면 서울 국립극장에서 ‘여우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페스티벌 이름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이다. 이 페스티벌은 한국 전통음악을 양식적 축으로 삼아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이루어지는 축제로 전통음악의 현대화와 관련한 트렌드를 일별하기에 좋다. 이 때문에 매년 페스티벌 라인업이 발표되면 광주에서의 개인 일정과 조율하면서 두 세 편의 공연이라도 예매하여 챙겨 보곤 한다.

하지만 서울까지의 물리적 거리 탓에 매번 보고 싶은 공연을 놓치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거의 모든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서울까지 갈 필요 없이 광주에서, 그것도 내 집 거실에서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전 공연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를 하기로 한 주최 측의 결정 덕분이다.

공연계의 전반적 현실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거시적 시각에서 ‘코로나 이전’의 현실 가운데 한 가지는 문화적 전 지구화였다. 사실상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전환기에 가속화된 문화적 전 지구화 과정을 통해 가장 크게 변화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한국 전통음악계일 것이다.

워멕스(WOMEX, 월드뮤직 박람회)로 대표되는 전 지구화된 공연 플랫폼을 활로로 삼아 국내 전통음악계의 음악인들이 해외 공연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되면서, 지난 10여 년간 한국 전통음악의 현대화와 관련하여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앞서 거론한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이러한 문화적 전 지구화의 경향을 비추어 보이는 거울과도 같은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문화적 관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전망과 관련하여 전 지구화가 쇠락하고 민족주의가 재부상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러 면에서 국경은 닫히고 내수 시장과 보호무역주의가 강조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적 전 지구화도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로의 회귀는 바람직하지도 사실상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거침없이 진행되어 온 문화적 전 지구화를 다른 차원에서 성찰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8월 21일부터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ACC 월드뮤직 페스티벌’(이하 ‘ACC 페스티벌’)은 이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여파로 이번 ‘ACC 페트티벌’의 라인업에는 해외 초청 뮤지션이 사실상 없다.(미국 아티스트와의 온라인 실시간 연주를 시도하는 ‘텔레마틱 앙상블’이라는 프로그램 한 가지만 마련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초청 뮤지션의 면면은 이전보다 더 화려해졌는데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전통음악 기반의 국내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 까닭이다. 전반적으로 ‘여우락 페스티벌’을 광주로 옮겨 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다만, ‘여우락’의 ‘여기 우리 음악’이 ‘서울’에서 상상되는 한 ‘한국음악’이라는 국가주의적·민족주의적 함의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에 비해 광주의 ‘ACC 페스티벌’은 하이라이트 공연인 김일구·안옥선·이난초의 ‘남도 레거시’ 무대로 대표되듯, ‘여기 우리 음악’이 ‘남도음악’으로, 구체적 지역성과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전 지구화를 향한 음악공연계의 흐름과 변화에 제동을 거는 현 상황에서 성찰해 볼 내용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지난 시기까지의 문화적 전 지구화가 ‘우리 음악’의 ‘우리’를 ‘한국인’을 넘어 ‘세계 시민’으로 확장시켜 줄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상 속 자신의 장소를 의식하고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는 ‘지역민’으로 그 ‘우리’를 구체화시킬 단계가 된 것이다. 후자의 과정이 없다면 전자는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서두에서 예를 들었듯 서울의 음악축제를 광주에서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비대면 온라인 공유 문화를 통해 장소·공간·국경을 넘는 음악적 소통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으며, 지속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러한 온라인 공유의 시대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구체적 장소에 대한 상상력을 촉구한다. 요컨대 ‘코로나 이후’ 음악적 소통의 주체는 ‘우리 음악’을 상상함에 있어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구호에 따를 것 없이 자신의 일상이 펼쳐지는 구체적 장소와 지역의 전통을 떠올리며 그 현대성을 가늠할 수 있는 ‘세계 시민적 지역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