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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달팽이, 열무도 상추도 나눠 먹어야 할 자연계 친구
2020년 07월 23일(목) 00:00
마티스 작 ‘달팽이’
코로나시대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생활 가운데 하나로 원예활동이 떠오르고 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최근 옥상 텃밭에 열무, 고추, 상추, 깻잎, 치커리, 쑥갓 등을 키우면서 새롭게 원예세계에 눈떠가고 있는 중이다.

채소를 기르면서 민달팽이가 그렇게 얄미운 생물인 줄 몰랐다. 약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작물을 키우면서 자연 생태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잠시 민달팽이는 하룻밤 사이에 텃밭을 초토화시켜버린다. 민달팽이 퇴치를 위하여 농약을 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 문득 열무도, 상추도 인간만의 몫은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저 햇볕과 비와 바람 등 자연이 무료로 베풀어준 양분으로 자라는 채소들이야말로 민달팽이는 물론 배추애벌레 등 생명체들과 사이좋게 나눠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세계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라 최고의 질서는 자연”이라는 석학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자연이라는 궁극의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앙리 마티스(1869~1954)에게 달팽이는 어떤 조형적 의미였을까. 아마도 마티스는 느릿느릿한 달팽이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다. 작가가 만년에 대수술을 받고 이젤에 종이를 놓고 서서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려워지자 아주 느린 속도로 붓 대신에 가위, 물감 대신에 과슈를 칠한 색종이를 오려서 일명 ‘가위로 그린 소묘’라고 하는 작품 ‘달팽이’(1953년 작)를 완성한다.

색종이를 잘라낸 단순한 조각 열두 개만으로 달팽이의 기본적인 시각 요소들을 재구성하고 그 색채의 배열이 나선형의 휘도는 모양이어서 흡사 달팽이가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을 연상하게도 한다. 어린 아이들이 만지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은 달팽이의 친근한 특징을 잘 살려 동화 속 삽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물이 아니라 형태와 색채 자체가 보는 사람들에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