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건축기행] 흙·현무암·노출 콘크리트… 가장 ‘제주’적인 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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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건축기행] 흙·현무암·노출 콘크리트… 가장 ‘제주’적인 문화공원
[<47> 제주 돌문화공원]
조천읍 교래리…역사·돌문화·신화 등 집대성
유물·자료·전시공간·초가마을 등 테마형 공원
인공시설 최소화…자연·역사·문화 건축적 구현
건축물 대신 자연 속 건축 녹여내 문화 가치 담아
전설의 통로 등 9개 동선 1·2·3시간 코스 배치
2023~24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100선 선정
2025년 12월 22일(월) 20:45
영원을 여는 돌의 문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생성과 제주의 돌문화, 설문대할망신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제주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에 얽힌 전설을 넓은 ‘곶자왈’(자갈을 뜻하는 ‘자왈’과 나무숲을 의미하는 ‘곶’이 결합된 제주어로 제주 중산간 지대에 넓게 형성됐다)에 다양한 돌문화 유물과 자료와 전시공간 등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접하고 관람할 수 있는 테마형 공원이다.

2023~2024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명소다.

공원 조성은 1999년 1월 옛 북제주군과 옛 탐라목석원이 공원 조성사업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북제주군은 탐라목석원에서 제출한 기획(안)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협약에 따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19번지 일대(93만2538㎡)에 대한 지형을 관찰하고 공간 배치, 관람객 동선 등을 구상했다.

공원 조성에는 백운철 전 탐라목석원 대표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1999년 북제주군과 협약을 체결하고 평생 모은 2만여 점이 넘는 돌과 민속자료 등을 무상으로 기증했고 기획, 디자인, 설치를 맡아 가장 제주다운 돌문화공원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00년 제주종합문화공원 조성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2005년까지 1단계 사업으로 돌박물관 건축과 함께 야외 전시장 등이 조성됐다.

이후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2단계 사업을 통해 오백장군갤러리, 전통 초가마을, 설문대할망전시관 등이 추가로 들어섰다.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인 2006년 6월 개원되면서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는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설문대할망전시관 전시 콘텐츠 추가 등 보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원 조성예 투입된 예산은 1538억원(국비 625억원, 지방비 913억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북제주군이 제주시로 편입돼 사라짐에 따라 지금은 제주도(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에서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하늘 연못


▲시설

제주돌문화공원은 크게 돌박물관(수석전시관 돌갤러리 등), 오백장군갤러리, 설문대할망전시관, 야외 전시동(용암석 전시관, 돌문화전시동), 제주전통 초가마을 등 전시시설과 관리시설, 편의시설(주차장, 휴게소) 등으로 구성됐다.

옛 북제주군은 공원을 조성할 때 제주의 정체성인 ‘돌’과 ‘신화’를 주제로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를 건축적으로 구현하는 데 노력했다. 건축물에는 제주의 현무암과 흙 같은 자연 재료를 사용해 전체 공간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공원의 핵심은 제주의 창조 신화인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테마로 삼았다는 점이다. 돌하르방, 밭담 등 제주의 전통적인 돌 문화를 공원 곳곳에 배치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제주의 신화, 역사, 삶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역 장인들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공원은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제주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담아냈다.

자연을 압도하는 거대 건축물 대신 자연 속에 건축을 녹여내고 그 안에 제주의 문화적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었고 이러한 철학이 오늘날 공원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완성시켰다.

관람 동선은 ‘전설의 통로’→‘하늘연못’→‘돌박물관’→‘돌문화 야외전시장’→‘설문대할망전시관’→‘전통 초가마을’→‘오백장군상’→‘어머니의 상’ 등으로 배치됐다. 1시간, 2시간, 3시간 코스를 선택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방사탑


▲건축 특징

제주돌문화공원 조성 과정에서 지상 돌출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원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돌박물관과 설문대할망전시관은 지상 1층으로 구성, 주변의 오름 등 자연과 융화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돌박물관은 쓰레기매립장으로 쓰던 공간을 침출수 처리 등 방수작업을 거쳐 재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친환경적인 자재인 화산회토를 사용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전하며 융화할 수 있도록 했다. 버려진 공간을 자연과 예술의 공간으로 되살린 점에서 환경 회복의 상징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다.

돌박물관의 옥상에는 지름 40m에 이르는 원형의 연못이 조성됐다. 이름하여 ‘하늘연못’. 마치 하늘을 지상에 내려놓은 듯한 풍경을 자아내는 하늘연못은 수면 자체가 자연을 비추는 거울처럼 설계됐다.

맑은 날이면 하늘과 구름, 나무가 수면 위에 그대로 반영돼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문인석과 동자석


또한 연못 아래 바닥으로 약 5700분의 1 스케일로 축소된 입체 제주 모형이 설치돼 있는데 연못 위에서 마치 제주 전체를 내려다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연못에 직접 들어가 체험도 가능했지만 현재는 시설 보존과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이 제한됐다.

올해 6월 문을 연 설문대할망전시관은 제주돌문화공원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핵심 공간이다. 10여 년에 걸쳐 준비해 온 이 전시관은 제주의 창조 여신 ‘설문대할망’을 테마로 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신화 건축물이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은 하늘을 향해 누운 설문대할망의 인체 형상과 한라산, 물장오리, 성산 일출봉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어 있는 모양으로 설계됐다. 머리, 심장 등 각 부위에 맞춰 전시 콘텐츠가 배치됐는데 이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설문대할망의 생애와 제주의 신화를 따라 걷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머리 부분은 연극과 학술 행사 등이 가능한 다목적 예술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관 중앙에는 또 다른 ‘하늘연못’ 형태의 연못(물장오리)이 자리하며, 개방된 천장으로는 밤하늘과 별자리, 우주의 이미지가 연출돼 설문대할망이 품은 생명과 우주의 상징성을 극적으로 전달한다.

야외 돌하르방


▲자연과의 조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 과정에서도 가장 주목할 점은 ‘자연과 공존하는 설계 원칙’이다. 공원 내 숲과 나무, 곶자왈은 그대로 보존됐고 새로운 식재보다는 기존의 돌, 나무, 지형을 활용해 자연 그대로의 생태적 특성을 살려냈다. 공원의 모든 건축물과 야외 시설도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대표적인 건축적 시도 중 하나는 바로 노출콘크리트 공법이다.

이는 건축의 외피를 장식 없이 콘크리트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재료의 질감과 구조미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건축 상식에 따르면 현무암 골재는 기포 발생 등으로 인해 노출콘크리트에는 부적합하다는 견해가 많았는데 제주돌문화공원 내 돌박물관 건축 과정에서 수차례의 샘플 시공과 배합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제주에서 생산된 자재로 독자적인 콘크리트 질감과 색감을 완성해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단지 미학적, 건축적 완성도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제주의 자연, 역사, 신화, 지역 자재를 통합적으로 엮어낸 총체적 공간이다. 특히 노출콘크리트라는 현대적 공법을 제주 현무암과 접목시켜 전례 없는 건축적 실험을 성공시킨 점은 제주지역 공공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 속에 건축을 녹여내 제주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건축분야 전문가들도 현무암과 흙 등 제주의 자연 재료를 활용해 공원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도록 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

특히, 돌 박물관은 제주의 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동선과 공간 구성을 통해 제주의 지역적·문화적·신화적 탄생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탁월한 건축적 시도라는 분석이 많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생성과 제주의 돌문화, 설문대할망신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향후 계획

제주돌문화공원은 현재 전반적인 시설 보강과 운영 개선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점적으로 진행 중인 주요 사업으로는 예술인 작업공간 조성, 초가집 이엉잇기 등이 있다.

예술인 작업공간 조성 사업은 문화·예술인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초가집 이엉잇기는 제주의 전통 건축문화 보존을 위한 것으로 초가의 구조적 특성상 1년 주기로 이엉잇기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김동희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장은 “관람환경 개선, 안내 체계 보완, 휴게시설 확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시설 보강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주돌문화공원이 제주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제주일보 김문기 기자

/사진=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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