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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역사 카를로 긴즈부르그 지음, 김정하 옮김
2020년 07월 17일(금) 00:00
“이 책은 보기 드문 솔직함, 명료함, 우아함, 박식함을 토대로 지나친 선정주의와 무미건조한 학문적 진술 사이에서, 그리고 국지적인 역사기록학과 보편주의 사이에서 방향을 잡아간다. 이는 거대하고, 대담하고, 훌륭한 책이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에 실린 내용은 책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동시대 저명한 역사가 중 한 사람으로 미시사 연구 선구자로 꼽히는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밤의 역사’에 대한 상찬이다. ‘악마의 잔치, 혹은 죽은 자들의세계로의 여행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유라시아 공통의 문화적 기원을 추적한다. 코로나 19가 확산하면서 중국의 우한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저자는 14세기 나병환자들에 대한 음모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재앙이 닥치면 타자를 희생양 삼는 음모론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주장이다.

1321년 나병환자들이 “기독교 세계의 건강한 사람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수많은 나병환자들이 화형을 당하거나 격리됐다. 1347년에는 흑사병이 유럽 전역으로 번지면서 공포에 질린 민중들의 폭동이 발생했다.

저자는 나병환자를 향한 음모는 이후 정신병자, 빈자, 범죄자, 유대인을 거쳐 마녀와 주술사들에게 투사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역적, 시기적으로 방대한 곳에서 유사한 민간신앙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처럼 저자는 인류 보편의 문화적 기원을 추적하는 거시적 차원의 통찰을 시도한다. 중간 중간 오이디푸스 신화, 신데렐라 등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게 서술돼 있어 연구자는 물론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문학과지성사·3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