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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에 담겨진 한국문화의 속살
천년 고찰 이야기
최종걸 지음
2020년 07월 17일(금) 00:00
서산대사의 법맥이 면면히 흐르는 천년고찰 대흥사.
지난해 우리나라 7개 사찰이 세계유산으로 선정됐다.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를 비롯해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가 해당한다. 불교의 개방성과 승가공동체의 신앙, 수행, 일상의 중심지이자 승원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위에 언급한 사찰은 산지형을 대표하는 곳으로, 유서가 깊고 불자와 일반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별한 전문 지식이 없이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초 불교 경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얕은 개울물은 큰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우리 민초들의 삶과 함께 해온 사찰의 여일함을 이르는 말 같기도 하다.

우리 문화와 역사가 깃든 산사에 대한 순례를 담은 책이 나왔다. 언론인 최종걸 씨가 펴낸 ‘천년 고찰 이야기’는 옛 이야기 속에 담긴 한국 문화의 속살을 드러낸다.

저자는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스님의 권유로 수행 삼아 고찰 순례를 시작했다. 당시 언론계를 떠나 있었지만 명산대찰 이야기를 어느 사찰 사보에 게재하게 됐고, 이후 다시 언론계에 돌아왔다.

책에는 수행가풍이 살아 있는 청정도량을 중심으로 한 기행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사찰에 얽힌 일화와 설화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구수하고 흥미롭다. 기행과 이야기는 여행의 생동감과 스토리의 역동성을 전해준다.

해남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서산대사의 일화와 연관이 있다. 입적을 앞둔 서산대사는 제자들에게 해남 두륜산 대둔사에 자신의 의발을 전하라고 한다. 저자들은 스승이 왜 남도 끝자락 외진 곳에 가사와 발우를 전하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때 서산대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두륜산 대둔사는 ‘만세토록 허물어지지 않을 땅’이며 ‘종통’(宗通)이 돌아갈 곳이다. 제자들은 스승의 명을 받들어 묘향산 보현사와 안심사 등에 부도를 세워 대사의 사리를 봉안했다. 그리고 가사와 발우를 대둔사에 모셨으며, 이후 대둔사는 지금의 대흥사로 바뀐 이후에도 4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대사의 법맥이 이어져온다. 큰 깨달음을 얻은 13명의 대종사와 13명의 대강사를 배출한 선교 양종의 대도량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제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성지로 불린다. 어린 시절 이곳으로 출가한 진표 율사는 후일 금산사를 중건한 대스님이다. 그와 관련된 일화는 천년 불사의 불을 지핀 공덕으로 전해온다.

어린 시절 사냥을 좋아했던 진표 율사는 어느 날 개구리를 잡아 버들가지에 꿰어 물에 담가놓았다. 깜빡 잊고 집으로 돌아간 그의 귀에 오래 전 잡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부랴부랴 그곳에 간 그는 버들가지에 꿰인 채 울고 있는 개구리를 보았다. “내가 어찌 해를 넘길 정도로 개구리를 고통받게 했단 말인가?” 진표 율사는 크게 탄식을 했고 이후 깨달음을 얻은 후 금산사로 출가했다. 17년간 참회의 고행이 이어졌고 마침내 미륵보살과 지장보살로부터 간자와 계법을 받기에 이른다.

이밖에 책에는 백제 불교 도래지 불갑사를 비롯해 신라인의 불국을 염원한 불국사, 하얀 양의 깨달음이 서린 백양사, 국사 16명을 배출한 승보종찰 송국사, 수도 도량 태고 종림으로 일컫는 선암사, 와불에 서린 설화가 인상적인 운주사 등도 소개돼 있다.

<다우·2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