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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투자자가 ‘을’이 된다
2020년 07월 01일(수) 00:00
[장 필 수 편집부국장·제2사회부장]
요즘 많건 적건 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이고 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연 1% 안팎으로 사실상 ‘제로금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통적인 투자법으로는 더 이상 자산을 늘릴 수가 없는 시대다.

‘동학 개미 운동’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주식시장으로 달려든 것도, 저금리 시대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 크다. 시중에 돈은 넘쳐 나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그곳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조급한 투자자가 ‘을’이 되고 자금을 운용하는 측은 ‘갑’이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라임사태도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사기 사건이다. 사모펀드 1위인 라임자산운용은 시중 금리가 연 1~2%일 때 5~8%의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최근 2~3년 사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니 뒷사람의 투자금으로 앞사람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하는 돌려막기식 운영이었다. 라임은 결국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해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 피해액만 1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라임사태는 주범 김봉현을 비롯해 광주 출신 인사들이 정·관계 로비를 주도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지역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옵티머스펀드도 마찬가지였다. 6개월 만에 3% 안팎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에 5000억 원의 돈이 몰렸는데 2주전부터 펀드 환매가 중단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겠다며 펀드를 판매했지만, 실제로는 대부업체의 사채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금리 시대 투자 사기는 우리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어느 50대 여성 사업가가 자산가들을 상대로 벌인 200억 원대 부동산 투자 사기 사건을 벌인 것이다. 이 또한 피해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쫓다 빚어진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50대 여성 사업가는 그동안 친분을 쌓은 건설사 회장과 대학교수 그리고 의사 등에게 아파트·오피스텔·레저 시설 등에 투자하라며 돈을 받아 잠적했다고 한다.

광주 지산동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이중 분양 사기의 경우 피해자들이 대부분 영세한 서민들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업무 대행사는 피해자들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겠다”고 속인 뒤 아파트 한 채당 최대 4명까지 중복 계약을 했다. 대행사 관계자들은 한 사람당 3000만 원에서 9000만 원까지 자신들의 계좌로 돈을 받아 챙겼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117명에 피해액은 70억 원에 이른다.

지산동 이중 분양 사기는 피해자들이 조금만 꼼꼼하게 확인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조합원 자격을 얻어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수천만 원씩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업무 대행사의 말만 믿고 조합원 자격 여부와 입금 계좌 등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사기 피해는 투자자들의 욕심과 사기범들의 계획적이고 교묘한 수법이 맞아 떨어질 때 흔히 발생한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의 욕심만 탓할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 당국과 자치단체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다.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건은 운용사가 어디에다 투자하는지,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꼼꼼하게 들여다보았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수수료 챙기기에만 바빴다.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원이나 예탁결제원은 이상 징후를 발견했지만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광주 아파트 이중 분양 사기는 민간 영역이란 이유로 자치단체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사이, 업무 대행사가 홍보관을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운영해 피해자들이 쉽게 속아 넘어갔다. 현장 점검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금리를 넘어 제로 금리 시대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자산을 불리거나 최소한 손실을 입지 않으려면 투자자 스스로 시장을 읽는 혜안을 키워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관계 기관은 현미경 같은 관찰로 투자자들이 고수익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 위험으로부터 주민들을 지키는 것도 관계 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