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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양산 : 폭염에 코로나19…올 여름 양산은 필수품
2020년 06월 11일(목) 00:00
클로드 모네 작 ‘양산 쓴 여인’
젊은 시절, 여름이면 늘 양산을 쓰고 다녔다. 멋쟁이 친구들은 예쁜 모자를 쓰거나 책으로 해를 가렸지만 햇볕에 얼굴 타는 게 제일 싫어서 꼭 양산을 쓰곤 했다. 당시엔 올드한 패션이었으리라. 오히려 요즘에는 왠지 더 나이 들어 보일까봐, 아니 어쩌면 멋보다도 비타민 D 섭취로 뼈 건강을 위하는 마음에서 태양도 두려워않고 양산이나 모자 없이 외출한다.

폭염과 코로나의 이중 공격이 예상되는 올 여름은 양산이 필수품이 될 것 같다. 양산쓰기 운동을 벌이는 지자체도 있다고 하고 실제로 양산으로 인한 그늘이 마스크 쓰기로 답답해진 체감온도를 낮출 수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생태학자 최재천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도 최근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코로나 19 사태 앞에서 지금까지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해서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했듯 최고의 질서인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우리 인류가 살길인 듯도 싶다.

양산 쓴 여인을 자주 그린 화가로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 1926)가 으뜸인 것 같다. 19세기 유럽에서는 양산이 자외선을 차단할 뿐 아니라 멋과 교양을 뽐내는 필수 아이템이어서인지 야외 사생을 중요시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여인 그림에는 양산 쓴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 유명한 모네의 ‘양산 쓴 여인’(1875년 작)은 사랑하는 아내 카미유와 아들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산책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뒤따라 걷던 모네가 카미유를 불러 그녀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바람결에 흩날리는 하늘빛 닮은 머리카락과 나부끼는 옷자락, 구름, 초록색 양산 아래 부드러운 카미유의 표정이 평화로운 꿈처럼 낭만적이다.

이 그림 외에도 ‘왼편으로 돌아선 양산 쓴 여인’ ‘오른편으로 돌아선 양산 쓴 여인’ 등 지칠 줄 모르고 아내의 얼굴을 그리고 또 그렸던 모네는 이 작품에서도 인상주의 화가답게 시시각각 변하는 색과 빛을 향한 지극한 노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