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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야기] 포스트 코로나시대, ‘세 가지 기본’을 지켜라
2020년 05월 19일(화) 00:00
[이정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최고의 달리기 선수였던 우사인 볼트는 결승선에서 항상 여유 있게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온다. 우승 직후 빠지지 않는 익살스러운 ‘번개 세리모니’는 그 자체가 브랜드화돼 팬들을 즐겁게 한다.

필자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엉뚱하게도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 는 동서고금의 진리가 느껴진다. 언감생심 천재 축에는 끼지도 못하는 필자가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일을 즐기기 위해 이 유쾌한 천재를 떠올리기도 한다.

필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광주·전남 지역 경제를 모니터링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경제 사정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보니 지역 경제 분석 업무가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발간한 ‘코로나19가 광주·전남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아무리 우사인 볼트를 떠올려도 즐길 수가 없었다. 상당 폭의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했지만, 조사 결과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니 앞으로가 더 문제 아닌가?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대비하기 위해, 우리 본부의 조사 결과 나타난 특징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생각해 본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조사 결과는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첫째는, 제조업 기반 확충의 중요성이다. 광주·전남의 주력 제조업인 자동차, 석유정제·화학, 철강산업 등이 모두 -10%~-30% 가량의 생산 및 수출 감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업의 매출 감소율은 3월 중 전년 동기비 -60%~-80%에 달할 정도로 제조업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특히 문화·공연산업의 매출 감소율은 약 -85%에 이를 정도로 궤멸적이었다.

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2%로 전망해 G20국가 평균 성장률(-2.8%) 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본 이유도 우리나라의 제조업 기반이 여타 국가들 보다 튼튼하다는 것이었다. 즉, 전염병 위기시 대면 활동에 의존하는 서비스업 보다는 비대면 생산이 가능한 제조업의 위기 대응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충실해야 할 기본은, 경제 살리기의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 성공적인 ‘방역’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외식업체의 고객 감소율을 보면 전라권이 -64%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경상권(-74%)에 비해 양호했고,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도 빠른 방역에 성공했던 우리 지역이 좋았다. 즉, 코로나 위기에 빠진 경제 살리기 대책으로 당국의 ‘경제 살리기 운동’ 보다도 ‘방역에 치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뜻한다.

세 번째 기본은, 온라인 비대면 산업의 육성 필요성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본격화됐던 2월 중 대형 소매점 판매액 지수는 광주시가 -16.6%의 감소를 나타냈음에도, 온라인 매장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광주가 +51.4%로 큰 폭 증가를 보였다.

문제는 인터넷 쇼핑 플랫폼 등 온라인 관련 업체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 않은가? 즉 온라인 매출의 혜택을 지역 경제가 누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지역에서 온라인, 비대면 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K팝, K무비, K방역, 최근에는 K프로야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우수성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제조업 강국이자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주장도 한다.

최근 우사인 볼트는 결승선에서 경쟁자를 압도적으로 따돌리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사회적 거리 두기’의 모범(?)이라고 능청을 떤다. 귀엽고도 얄미운 이 천재 녀석을 따라잡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기본으로 돌아가 하체 근육부터 단련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