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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상사’와 공감의 자세
2020년 04월 22일(수) 00:00
[송민석 수필가·전 여천고 교장]
손주들이 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설렌다. 2주에 한 번씩 방문하는 손주들이 도착하면 우선 할아버지 방에 모인다. 생활 주변의 이야기 중심으로 5분 정도 묻고 손주들이 답하는 간단한 교육이다. 친척의 호칭, 인사 예절, 학교생활 등을 지루하지 않게 대화하는 것이 요령이다. 며느리와 손주들도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자녀들이 초등학생일 경우 우리의 전통적 교육인 ‘밥상머리 교육’을 추천하고 싶다. 맞벌이 부부 증가와 아이들의 바쁜 학교생활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줄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족 식사의 날’을 정해 함께 모여 식사하는 방식이다.

식탁에 모여 앉아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때는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경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주의할 점은 부정적인 말과 잔소리는 삼가고 공감과 칭찬을 많이 해 주어야 한다.

옛날 농경시대에는 예의범절이나 지식을 어른들로부터 배웠다. 경험에 비추어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젊은이들 역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살아 오며 배우고 터득한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자신의 지식이 기성세대의 경험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어른들의 이야기는 귀담다 들으려 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스마트 기기를 통한 비대면 생활 양식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개인적인 삶이 최우선이다. 직장에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칼퇴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전에는 어디 그러했던가. 기성세대는 자신의 생활이 다소 침해받더라도 조직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 20·30 청년 세대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만의 생활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직장 내 회식 장소에서 공감도 가지 않는 윗분의 이야기에 장단을 맞춘다는 것이 연극을 하는 기분이라는 젊은이들이 많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라떼 상사’란 말이 유행이다. ‘라떼(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카페 라떼’는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내용은 정반대다. ‘라떼 상사’란 후배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 상사’를 부르는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은어다.

국어대사전에는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라 정의하며, 학생들 은어로는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나와 있다.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이다. ‘말 안 통하는 꼰대’와 ‘노력은 하지 않고 불만만 많은 젊은이’ 간의 서로를 향한 비난이 가정과 직장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가치관의 차이로 생겨난 세대 간의 갈등은 어떻게든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젊은이와의 소통은 가급적 짧고,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앞에서 ‘꼰대’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애들이 버릇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절이나 젊은이들은 다 그랬다. 기원전 1700년 무렵 수메르시대에 쓰인 점토판 문자를 해독했더니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다. 젊은이의 행동을 두고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기다려 주며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바야흐로 ‘공감의 시대’다. 상대를 가르치려고 하면 ‘노인’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어르신’이라고 한다. 젊은 층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면 소통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바르지 못한 젊은이들의 태도에 무조건 핀잔을 주기보다는 긍정적으로 그들의 처지에서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공감의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