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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상과 그의 아내’ 빈민층엔 희망, 부유층엔 안도감 주는 정책을 (306)
2020년 03월 26일(목) 00:00
쿠엔틴 마세이스 작 ‘환전상과 그의 아내’
최근 사상 초유의 재난을 겪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공부를 참 많이 하게 된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거의 공포 수준이라 연일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면서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양적완화정책 등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들이 신문마다 가득하다.

혹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발언을 할 때마다 세계 증시가 폭락한다고 하니, 새삼 정치와 경제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일찍이 “경제인은 정치를 몰라도 되지만 정치인은 경제를 모르면 안된다”고 언급했듯 경제가 위기일수록 최상의 정책이 더욱 간절해진다. 빈민층에게는 희망을 주고, 부유층에게는 안도감을 주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리더가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쿠엔틴 마세이스(1466~1530)의 작품 ‘환전상과 그의 아내’(1514년 작)는 여느 때 같으면 도록을 넘기면서 그냥 지나쳤을 그림이다. 세계 금융 여파로 원 달러 환율도 급등한다하니 ‘환전상’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붙들어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검은 터번을 쓴 환전상 남편은 아주 신중한 모습으로 왼손에 저울을 들고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듯한 여러 동전들의 무게를 재면서 조언을 구하려는 듯 자신의 아내에게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 아내는 읽다만 책장을 표시하기 위해 한 손을 기도서 위에 올린 채, 어쩐지 불안한 눈빛으로 저울을 바라보고 있다. 그 불안감은 장사에는 절대적인 것 혹은 신성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돈과 신앙, 세속적인 것과 신성함, 물질과 정신에 대한 일종의 풍자화이기도 한 이 그림은 화면 곳곳에 이를 위한 상징들과 장치를 배치하고 있는데 동시에 우리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두 가지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