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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상
2020년 03월 12일(목) 00:00
얼마 전, 택시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클래식 방송을 들으시네요?” 보통 다른 기사들은 교통방송을 듣는 경우가 많기에 건넨 말이었다. 그는 클래식 방송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을 들었으니 이만한 호사가 어디 있느냐고도 했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오늘은 어떤 음악이 나올까 기대하는 마음에 운전하는 일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고. “클래식을 원래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운전 시작 후 우연히 클래식 FM을 만나게 됐다”고. 그는 조용조용한 말투로 자신의 ‘작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행복 바이러스가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살펴보게 되는 ‘시리즈’가 있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를 모티브로 한 ‘아무튼’ 시리즈다. 지난 2017년 출간 후 지금까지 모두 28권이 나왔는데 책 제목을 보면 ‘뭐 이런 것 까지’ 싶다가도, ‘아, 이런 즐거움도 있구나’ 싶어 미소가 지어진다. 시리즈에서 다룬 즐거움은 가장 많이 팔린 김혼비의 ‘술’을 비롯해 떡볶이, 메모, 문구, 양말, 택시, 스웨터, 서재, 순정만화, 하루키 등이다. 자연스레 나의 ‘아무튼’도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병률 신작 ‘혼자가 혼자에게’를 읽다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괜한 것의 무게로 욱신거려서 마음까지 허기질 때는 종점까지 향하는 버스를 탄다. (중략). 서너 달에 한 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 된다.” 집이나 회사 근처서 버스를 타고 떠나는 종점 여행도 일상의 작은 행복일 수 있겠다.

코로나19가 사태가 지속되면서 ‘일상’의 소중함, 소소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많이 이들이 산책하고, 영화 보고, 사람 만나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히 여겼던 일상들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었는지 이제야 알았다고 말하곤 한다. 오만했던 우리에게 겸손하라며, 힘든 시절이 가르쳐 주는 생생한 삶의 지혜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