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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교육이 키워 내는 ‘상상력의 힘’
2020년 02월 06일(목) 00:00
[이 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
‘양림 어린이 예술학교’가 지난달 13일부터 23일까지 열렸다. 매년 두 번 여름·겨울 방학 중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방학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이강하미술관의 대표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자 어린이 예술 캠프다.

이 프로그램에는 유명한 스타 강사도, 값비싼 재료나 고급 간식도 없다. 예술가와 어린이가 미술관에서 만나 예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소통하며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내 학부모들 사이 입소문이 나 모집 시작 15분이면 마감된다. 더 많은 희망자들을 받아 주지 못해서 늘 아쉬운 마음이다.

양림 어린이 예술학교는 현재 학교 교육 같은 결과물 중심이 아닌, ‘예술의 본질이 전해 주는 상상력과 재미, 그리고 창작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사유해 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우리 지역 예술가들과 이강하미술관 프로그램 운영 자문 전문가들의 기획 회의를 통해 지금의 계절과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조사나 의견을 나눈 후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예술가들의 작업 속 컨셉을 아이들의 상상력과 연결한다. 이번 주제는 ‘겨울 만들기’로, 총 엿새 동안 여섯 명의 예술가들과 다섯 명의 보조 강사, 그리고 참여 어린이 20명이 함께했다.

우리에게 ‘겨울’이라는 계절은 어떤 방식으로 추억 또는 기억될까? 아이들이 생각하는 ‘겨울의 이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겨울을 만들어 기억해 보자’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흙을 만질 기회가 적은 요즘 아이들에게 흙냄새를 맡아보게 하고 도자기 위에 직접 채색까지 하며 작품을 만든 도예 수업, 설날을 기념해 아이들의 소원을 담은 ‘소원 연’을 만들어 바람 부는 언덕에 나가 날려보는 수업, 양림동을 산책하며 겨울 풍경, 겨울 냄새, 겨울 바람, 겨울 입김을 느껴보는 야외 스케치 수업, 명화 속 다양한 포즈를 따라해 보는 움직이는 몸 드로잉 무용 수업, 홍차의 문화 예절을 배우고 맛을 보며 드로잉하는 흥미진진한 수업이 진행됐다. 또 겨울을 맛으로도 기억할 수 있도록 군고구마와 붕어빵, 귤을 간식으로 제공했다.

아이들과 예술가, 보조 강사 모두가 신나고 행복한 예술 활동이었다. 어쩌면 수업이라기보다는 미술관에서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예술의 에너지로 놀아 보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수업이 어린이들과 예술가들의 손발이 딱딱 맞아 늘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또 다른 예술의 의미를 재창조해 내기도 했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예술가 브루노 무나리는 “예술은 결코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 되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 안에 모든 지식의 구성은 경험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화 예술 교육이 자리 잡은 지 15년째 되어 간다. 평생에 걸친 세대 주기별 사회, 학교 문화 예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문화 예술 교육의 큰 방향성은 모든 국민이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능력과 창조력을 함양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미술관을 찾아가는가? 또 미술관의 예술 작품이 주는 위로와 영감을 어느 정도 받게 될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아직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어가는 것을 마트에 가는 것보다 어려워하고,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문화와 예술이 친숙하고 재미있는 습관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이 일상 속 우리가 언제든 필요하다고 느낄 때면 가 볼 수 있는 ‘마음의 쉼터’ 같은 곳으로 인식되기까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예술의 본질에 충실한 ‘문화 예술 교육’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한 개인이 성장을 하면서 자기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문화 예술 교육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문화 예술의 경험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은 당장 우리 입에 들어가는 밥과 고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나의 영혼을 달래 주고 마음의 치유약이 되는 것을 진정 느끼며 살아갈 힘을 얻는 것, 내가 미술관에서 문화 예술 교육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가장 큰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