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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상상해 본 ‘4월 총선’
2020년 01월 16일(목) 00:00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이 있다.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도 있다. 떠난 자는 언젠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모두 불경(佛經)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스님이었던 한용운도 ‘임의 침묵’에서 그리 노래했던 것일 게다.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21대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석 달 뒤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정치판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은 밥 먹고 차 마시는 일과 같다. 그야말로 다반사(茶飯事)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분열의 시대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한데 지금은 보수도 갈라지고 진보도 갈라졌다. 오히려 분열이 심한 곳은 보수 정당이다. 이대로 가면, 좋든 싫든 다당제 구도가 정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보수 진영은 하도 많아 그 이름을 일일이 헤아리기도 숨이 찰 정도다. 제1야당인 황교안의 자유한국당,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바른미래당에서 갈라져 나온 새로운보수당, ‘태극기부대’ 집회를 이끌었던 조원진의 우리공화당, 이재오·안상수·홍준표 전 의원 등이 참여한 국민통합연대, 그리고 순천·곡성을 떠나 서울 지역 출마를 위해 새 당을 만들 것으로 보이는 ‘이정현 신당’까지.



보수 진영은 사분오열되고



한때 국민의당 붐을 일으켰으나 유승민의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던 안철수 전 대표도 곧 미국에서 돌아온다. 정치 지형 변화를 감지한 ‘절묘한 타이밍’이다. 안 전 대표의 귀국이 과연 한국 정치에 다시 한 번 태풍으로 몰아칠 수 있을 것인지도 세인들의 관심사다. 지난 20대 총선 때만 해도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 총 28개의 의석 중 23석을 석권했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돌풍’. 그러나 지금은 빛이 많이 바래 신선도가 떨어진다. “아 옛날이여.”

이런 가운데 보수 정당들이 최근 대통합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뒤늦게나마 통합에 나선 것은 이대로 갈 경우 총선에서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날개 꺾인 보수’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의식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은 그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측과 그럴 경우 당내 친박 세력과 극우 세력이 등 돌릴 것을 염려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사이에 ‘샅바 싸움’이 치열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가 ‘탄핵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는 새보수당의 주장에 미지근하게나마 동의함으로써 일단 통합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보수당은 친박 세력과 극우 보수 인사들까지 합치는 ‘원칙 없는 통합’은 결코 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보수 대통합의 길은 여전히 아득해 보인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른바 진보 진영이라는 중도 개혁 세력도 뿔뿔이 갈라진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에서 파생한 정동영의 민주평화당, 여기에서 다시 갈라져 나와 박지원·천정배 등이 버티고 있는 대안신당이 있다. 그리고 준연동형 선거제로 보다 많은 의석 확보가 기대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고무돼 있는 정의당.

호남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이들 세력 중에서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당은 대안신당이다. 대안신당은 지난 주말 초선인 최경환 의원(광주 북구을)을 새 당 대표로 추대했다. 파격적이었다. ‘DJ(김대중)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그는 수락 연설에서 “초선인 저를 추대한 것은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문을 활짝 열라는 뜻”이라며 “이 순간부터 제3세력 통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안신당은 이날 창당과 동시에 원내 5당(7석) 지위를 갖게 됐다. 교섭단체 세 곳(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다음이며 얼마 전 출범한 새로운보수당(8석)보다는 1석이 적다. 하지만 소속만 바른미래당(비례대표)에 두고 대안신당 활동을 하는 장정숙 의원까지 더하면 사실상 8석으로 호남 최대 세력이다. 현재 호남 의원의 분포는 민주당 6석, 민주평화당 4석, 바른미래당 5석이다.

대안신당은 제3지대 합종연횡(合從連橫)에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건강한 중도·개혁 제3세력의 통합’(최 대표)을 목표로 하는 대안신당의 첫 발걸음은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추진이다. 이어 통합 대상으로 민주평화당과 나머지 무소속 전부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앞으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여전히 ‘호남 자민련’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안신당 발 빠른 통합 행보



따라서 ‘호남’ 색깔을 조금이나마 옅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1년4개월 만에 정계에 복귀하는 ‘안철수 카드’가 안성맞춤이긴 하다. 그를 우군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국민의당 시즌2’ 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계가 이미 실패한 바 있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의 전철을 다시 밟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과연 어느 길로 나아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줄곧 중도 개혁을 자처해 온 그이지만,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그 어느 길로 간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좋게 말하자면 스펙트럼이 넓고 나쁘게 말하자면 정체성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가 이번에 새로운 당을 만들어 한국당과 통합에 나섰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 이런 말 한다 해서 서운해 할 건 없다. 과거 YS(김영삼)는 야합 소리를 들으면서도 3당합당에 성공, 민정당이라는 호랑이굴에 들어간 뒤 끝내 대통령까지 되지 않았던가.

안철수가 한국당 속에 들어가 치열하게 싸워 이긴 뒤 대선의 길로 나아가고, 이어 민주당이나 그 밖의 진보 세력 후보와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건 상상이 아니라 공상일시 분명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그렇게 되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지금의 한국당 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그건 그렇고 안철수 세력이 한국당으로 가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호남 정치 복원은 어떻게 되느냐고? 뭐 걱정할 것 없다. 민주당과 대안신당 또는 정의당 후보의 치열한 대결과 함께, 여기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호남 정치를 이끌어 갈 테니. 그리고 적어도 우리 지역에서만큼은 일당 독점보다는 진보 진영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호남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 그래 우리는 그때 가서 당보다는 인물만 잘 보고 투표하면 되지 않겠는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