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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이몽(異夢)
2019년 12월 25일(수) 04:50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12월이 다가오면 필자의 옛 기억 속에는 성탄 전야나 새벽에 눈길을 걸어 찾아오던 성가대원들이 떠오른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캐럴을 부르면 모두들 귀 기울여 듣다가 부모님이 그들을 맞아들여 팥죽을 대접하셨다. 그때에는 눈이 많이 와서 보통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불렀다. 우표와 크리스마스실(seal)을 붙인 성탄 카드가 사라진 것은 이메일의 출현 때문일 것이다.

최초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1843년 영국에서 주문자와 제작자의 이름을 따서 ‘콜·호슬리 카드’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크리스마스실은 결핵 아동들을 돕기 위하여 덴마크에서 아이날 홀벨(Einar Hollbelle)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1904년 12월 10일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했고 이후 미국, 유럽 등 전 대륙으로 결핵 환자 치료 및 퇴치 운동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셔우드 홀 선교사에 의해 남대문을 주제로 한 크리스마스실이 발행되었다.

요즈음에는 아이들과 연인들뿐 아니라 누구라도 ‘크리스마스’라면 선물을 떠올린다. 크리스마스 최초의 선물은 아기 예수를 찾아온 동방 박사들이 가져온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었다. 그 시대의 현자들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가장 귀한 것들을 선물한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주는 관습은 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인터넷에 ‘크리스마스에 주고 싶은 선물’을 검색하니 몇 개 안되는데 받고 싶은 선물은 엄청 많다. 주기보다 받기를 좋아하는 인간 심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모든 선물 중 최고는 언제, 어디서나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고 한다.

한 백화점몰이 1500명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과 실제로 받은 선물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크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 ‘크리스마스 선물 이몽(異夢)’이다. 대표적인 선물 이몽은 오 헨리의 단편소설인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만난다. 가난한 젊은 부부 짐과 델라, 남편은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를 거쳐 내려온 유물인 금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고급 머리핀 세트를 산다. 아내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갈색 머리칼을 팔아서 남편 금시계에 어울리는 백금 시곗줄을 산다. 서로의 선물을 받고 망연자실하는 두 사람, 서로가 갖고 싶던 물건들, 큰 대가를 치르고 구한 선물인데 이제는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 아프다.

이 상황을 다양하게 전개시킨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를 원망하며 화를 낸다. 둘째, 선물을 반품한다. 짐은 시계를 되찾지만 델라는 자른 머리카락을 다시 붙일 수 없다. 셋째, 필요해질 때까지 그 선물을 보관한다. 넷째, 선물을 통해서 서로의 깊은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해 한다.

짐과 델라는 마지막 경우이다. 젖은 눈으로 뜨겁게 포옹한다.

오 헨리는 ‘서로를 위해 자신의 가장 귀중한 보물을 희생해 버린 어리석은 두 젊은이의 따분한 이야기를 서툴게 늘어놓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선물을 주는 모든 이들 중에서 이 두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들이야말로 곧 동방 박사들이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진실한 사랑을 서로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소설을 통하여 그가 전하고 싶은 의미는 다음 세 가지라고 본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기 아들, 예수를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고 그는 가장 지혜로운 분이시다. 작가는 이 선물을 대하는 독자의 선택을 묻는다. 원망이나 반품, 또는 장기 보관인가? 아니면 그분과의 뜨거운 포옹인가? 마지막으로 그는 하나님과 수많은 인간 사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몽을 지적한다.

12월 25일은 예수님의 탄생 기념일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에 대하여 어떻게 기념할지 개인적 선택을 고민하는 것도 뜻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