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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지배하는가?
2019년 12월 20일(금) 04:50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신부]
시간을 지배하는가? 아니면 시간의 지배를 받는가?

나의 하루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번 살펴보았다. 전날 저녁 다음 날 일정을 위해 알람을 아침 6시 30분에 맞추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알람 소리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미사가 있는 날은 정해진 미사 시간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한다. 미사 전까지 아침 기도를 바치고 강론을 준비한다. 미사 시작 30분 전에 성당에서 조용히 묵상한다. 그리고 미사는 약속된 9시 30분에 시작한다. 미사가 10시에 끝나면, 곧바로 신자들과 함께 성경 통독과 여러 활동들을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온다. 습관적으로 12시에 꼭 식사를 한다. 점심 식사 후, 오후 일과도 시간에 따라 척척 움직인다.

야간 대학원에 다니기에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맞추려고 6시 10분 전에 집을 나선다. 수업이 끝나고 신북 성당에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도착한다. 저녁 식사를 놓쳤기에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미진한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나면 밤 11시가 가까워지는데, 이때 끝 기도를 바친 후 잠자리에 든다.

나의 하루가 이렇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참 분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의 일과를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결정한 것에 따라 내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아니면 시간에 따라서 내 삶을 움직이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본다. 왜냐하면 내 삶의 주인은 ‘나’인데, 시간이 나의 삶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 삶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위해 내 삶이 움직이는 것인지 의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사람마다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르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매우 느리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여자와는 두 시간 동안 같이 앉아 있어도 2분처럼 느껴지고, 뜨거운 화덕 위에는 2분만 앉아 있어도 두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상대성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지만, 싫어하는 것에는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은 왜일까?

우리는 모두가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의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것 같다. 그러나 힘들고 고통스럽고 불행했던 경험을 더듬어 보면 너무나 느리게 흐르는 것을 체험했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말하지만, 어르신들은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고 말씀하신다. 같은 시간을 두고도 이렇게 다르게 느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다. 그렇다면 똑같은 시간인데,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받아들이는 마음, 주어져 있는 환경 그리고 반복되었던 삶의 습성 때문이 아닐까? 시계에 나타난 정확한 시간과 심리적으로 느끼는 시간은 다르다고 한다. 또한 더운 나라와 추운 나라의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도 다르다고 한다. 연령대에 따라서도 시간을 대하고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르다. 시간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같다. 그러나 시간에 대해 분명한 것은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제 2019년도 10여 일 남아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데,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10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10일이 짧을 것이고,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질 것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경험할 것인지 아니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경험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또한 시간을 지배할 것인지 아니면 시간에 지배당할 것인지도 자신에게 달려 있다.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루카 6,5)라고 시간과 규정을 초월한 말씀을 하셨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시간에 지배를 받을 것인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