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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닮은 70m 질주 원더골 … ‘금호고의 손흥민’ 엄지성
고교 축구리그 왕중왕전 천안제일고와 4강전 환상골 화제
손흥민이 롤모델…영상 보며 몸의 자세·볼의 궤적 등 훈련
2019년 12월 11일(수) 22:00
광주 금호고의 공격수 엄지성(2년)이 손흥민(토트넘)의 ‘원더골’로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8일 번리와의 홈경기에서 말 그대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골을 터트렸다.

토트넘의 페널티 지역 앞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은 순식간에 70여m를 달려간 뒤,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골을 넣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골이 터진 날 엄지성도 화제의 인물이 됐다.

엄지성은 지난달 25일 천안제일고와의 2019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4강전에서 손흥민 못지않은 환상적인 골로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2-1로 앞선 후반 24분, 역시 금호고 페널티 지역 앞에서 공을 잡은 엄지성은 재치 있는 드리블로 상대 선수들을 몰고 골대 앞으로 달려갔다. 12번의 볼터치 끝에 70여m를 돌파한 엄지성은 이어 슈팅을 날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드리블에서 골까지 12초 만에 이뤄졌다.

손흥민의 ‘원더골’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골장면이었다. 방향만 다르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질주를 시작해 오른발로 오른쪽 골대를 뚫었고. 엄지성은 오른쪽 측면을 뚫고 왼발로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엄지성은 “손흥민 선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넣었기 때문에 클래스가 다르지만, 주변에서 비슷한 골이라고 말을 해줘서 뿌듯하다. 손흥민 선수와 언급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영광이다”고 웃었다.

이어 “옆으로 치다 보니까 수비가 뺏기 어려워해서 계속 공을 살려 골대까지 갔던 것 같다. 골키퍼는 오른발로 때릴 줄 알았을 것이다. 왼발도 똑같이 오른발처럼 슈팅 때릴 수 있어서 왼발로 쉽게 넣었다”며 “골을 넣고 나서 (최수용)감독님께서는 호흡하라는 소리밖에 안 하셨다”고 웃었다.

사실 손흥민은 엄지성의 롤모델이다.

이리동산초 3학년 때 형 엄지훈(금호고 3년)과 축구를 시작한 엄지성이 처음 좋아한 축구 선수는 정성룡(가와사키)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보면서 정성룡 같은 골키퍼가 되는 꿈을 꿨다. 하지만 키가 작아서 골키퍼를 포기한 그는 손흥민을 교과서 삼아 실력을 키우고 있다.

엄지성은 “손흥민 선수의 영상을 보면서 개인 훈련 시간 때 연습을 한다. 안으로 쳐서 왼발로 감는 그걸 가장 많이 연습했다. 자세와 궤적을 많이 본다. 어떻게 그 각과 궤적이 나올까 생각을 한다”며 “왼발슛이 가장 부럽다. 손흥민 선수의 왼발을 뺏어오고 싶다. 또 개인훈련과 몸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웃었다.

오른발잡이인 엄지성은 손흥민을 보면서 왼발의 힘을 키웠다. 엄마도 그의 왼발을 만들어준 분이다.

엄지성은 “어렸을 때 엄마가 연습할 때 왼발로만 하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잘 안 됐다. 내 발인데 왜 안 되나 짜증이 나서 더 연습하게 됐다”며 “부모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골을 넣을 때마다 부모님께 하트 세리머니를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엄지성은 앞서 U-17월드컵을 통해서도 유명세를 탔었다.

지난 10월 브라질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이티전. 엄지성은 전반 25분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직접 골대를 겨냥, 골키퍼 키를 넘는 환상적인 프리킥을 만들었다. 브라질의 호나우지뉴가 잉글랜드와의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만들어낸 프리킥골을 닮은 멋진 골이었다.

슈팅이 강점이지만 스피드는 엄지성에게는 아쉬움이다. 손흥민과 같은 폭발적인 스피드는 부족하지만 대신 그는 순간 스피드를 키우기 위해 맞춤형 파워 웨이트를 하고 있다. 또 드리블 실력으로 부족한 스피드를 채우고 있다.

엄지성은 “올해는 행운의 해였다. 대표팀 뽑힌 것을 시작으로 해서 금호고가 우승 두 개를 하고, 월드컵도 나갔다”며 “월드컵 첫 경기에서 애국가 부르는데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울컥했다. 내가 나라를 대표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3학년이 되어 팀을 이끌어야 한다. 친구 같은 형과 처음 떨어져 축구를 하게 됐고, 사람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엄지성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큰 선수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엄지성은 “큰 선수들은 다 그런 부담을 이겨내고 되는 것 같다. 올해 많은 걸 이뤘지만 이제 3학년이 되기 때문에 우선 프로를 목표로 준비를 하겠다. 그다음에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